지난 4월 중순 지인들과 함께 ITX마음 기차를 타고 천년고찰 통도사까지 하루 여행을 다녀왔다.
동해선 열차 여행은 처음인데, 바다를 조망하면서 경북 울진 인근을 지날 때였다. 일행 중 한명이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저기 바라보이는 소나무가 불에 타서 그런가요, 병에 걸린 것인가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소나무림은 참으로 심각한 상태였다. 소나무 잎이 누렇게 밑으로 처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재선충병 피해목 임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일본에서 유입되어 부산 동래구에서 처음 발생한 후 현재 50여개 시⋅군으로 확산 추세에 놓여 있다. 얼마전에는 예산 부족으로 방제에 손 놓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고, 한번 감염되면 회생시킬 수 없다는 것, 과연 인력으로 막아낼 수 없으리란 것이 모두의 걱정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소나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무요, 국민적 정서가 가장 깊이 담겨져 있는 나무다. 산불로 그을리고 재선충병으로 붉게 물이 든 소나무림의 자태는 가히 애처롭게 눈앞에 아른거린다. 임업계에서 수년간 종사하면서 솔잎혹파리 방제사업도 직접 수행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 냉정하게 말하고 싶다.
그동안 산림당국이 애써 노력한 고초도 충분히 녹아 있음을 보았지만, 동해안의 아름다운 소나무림은 더 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판단한다. 애써 심고 가꾸어 산림녹화의 기적을 이끌어 오신 선배님들께 송구한 마음이 들 지경이다.
온 산천에 무덤처럼 쌓아 타포린 처리를 해 놓았지만, 잘려나간 소나무 개개목의 근부(根部)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당히 흙으로 덮어 놓아서 빗물에 씻겨나간 근부는 그대로 노출되어 매개체의 활동 영역을 완전히 포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마나 한 일에 돈만 날리는 꼴이 아닌가. 정부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특별법까지 만들어 예찰활동을 비롯한 소나무 이동 반출제도 운영과 항공방제 등 노력한 일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재선충병 방제와 관련한 평소 생각한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우선 청정지역의 소나무림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간벌과 함께 숲 가꾸기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도록 하자. 소나무의 밀도를 낮추어 주면 병충해 뿐 아니라 산불예방에도 크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대적인 수종갱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과거 국토가 황폐했던 시기에는 아카시나무, 오리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빠른 녹화 위주의 수종으로 심었지만, 이제는 산불과 병충해에 강한 혼효림 조성이 필요하다. 적지적수를 위한 전문가의 분석을 통한 기술 지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동안 낙엽의 부식 등으로 산림내 토심도 많이 좋아졌다.
특히, 영동지역에는 미래산업을 위한 산업용재 수종으로 산록부에는 편백나무, 백합나무도 가능할 것이고, 산복부 이상은 아카시나무, 찰피나무, 헛개나무, 마가목, 쉬나무, 오동나무 등 밀원 확보를 위한 수종을 잘 선택해서 밀원수 특화단지를 조성해 보자. 좋은 환경의 산림생태계 유지와 함께 양봉산업 육성 등 비교적 짧은 기간내에 소득으로 이어지는 경제 임업으로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째, 하루빨리 대체 수종을 선정하고 정부 지정양묘 생산 기반을 미리 준비해 둬야 할 것이다. 묘목 생산은 길게는 4~5년 정도 소요되어야 하므로 미리부터 종자 확보 및 포지 선정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산림은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요 부국의 밑거름이 되는 국가의 미래 자산임을 잊지 말자. 임업은 농수산물과는 달리 회임기간이 긴 산업이지만, 앞으로는 주산물인 목재뿐만 아니라 삼림욕, 숲치유, 생태교육, 산악스포츠를 아우르는 새로운 산림문화 콘텐츠를 발굴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단기소득 임산물 생산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먹거리를 개발해 나간다면 산림문화와 친환경 먹거리가 융복합되는 6차 산업의 표본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