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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청봉]감염병에 고통받는 DMZ평화관광지

권원근 고성주재 부장

돼지열병·코로나19 겹쳐

수개월 개점휴업 치명상

관광객 감소 513억 피해

주민 평화관광 재개 건의

정부 대책없이 응답 외면

적극행정 기술 필요한 때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은 고단하다. 분단의 현장이라는 이유로 각종 군사적 규제 속에서 늘 통제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라는 명분 아래 재산권 침해는 물론 군사훈련에 따른 소음피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황 발생 시 민통선 출입통제 등 지난 67년 동안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큰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코로나19 감염병이 잇따라 발생했다.

정부는 다중이 모이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갔었다. 각급 학교는 신학기 개학도 못 했다. 각종 축제와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접경지역 주요 관광지는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거리는 한산할 정도로 국민의 일상생활이 멈춰버렸다. 이 같은 정부의 고강도 대책으로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나면서 확진자 증가세가 크게 꺾이는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들어 대응 단계가 생활 속 방역으로 완화됐다.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국민은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DMZ 평화관광지 상인들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이다. 지난해 9월 DMZ 일대에서 발생하면서 DMZ 평화관광이 전면 중단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관광객이 찾지 못하고 있다. 벌써 9개월째다. DMZ 평화관광지 상인들은 수개월간 개점휴업 상태다. 지역상권은 치명상을 입었다.

평화안보 관광지로 대표되는 고성군도 예외가 아니다.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 운영 중단으로 월평균 6만명의 관광객이 감소했다.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월 평균 12억원에 달한다. 통일전망대 상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통일전망대 운영이 전면 중단된 올 2월부터 수입이 전무하면서 생계 걱정에 운영 재개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만 바라보며 한숨이다. 생계수단을 박탈당한 비자발적인 휴업이지만 어디에다가 하소연할 곳도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의 파상공세는 막아냈지만 DMZ 평화관광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참다 못한 DMZ 평화의 길을 운영하는 고성군과 철원군, 경기도 파주시 등 3개 시·군은 최근 DMZ 평화관광 재개를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DMZ 관광 장기간 중단으로 관광객이 전년 대비 187만명이 감소하고 이로 인한 지역경제 피해액이 513억원에 달해 지역상인과 관광업 종사자들이 삶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절박한 사정을 호소했다.

특히 DMZ 관광은 울타리가 설치된 관광지를 출입하기 때문에 야생 멧돼지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할 가능성이 희박해 관광객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이 불가능한 점과 출입이 통제된 관광객과 달리 영농인과 군인들의 출입은 제약 없이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이로 인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점을 들어 DMZ 평화관광 재개를 강력하게 건의했다.

하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상황의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응답하지 않는 것 같다.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참고 버티라는 것은 무책임하다.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법. 삶이 벼랑 끝에 놓인 DMZ 평화관광지 상인들이 언제까지 정부를 신뢰하고 침묵을 이어갈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대책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들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고성군 역시 지원방안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왜 안 되는지를 찾는 소극행정이 아닌 되는 방안을 찾는 적극행정의 기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