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 가슴 먹먹한 부성애로 대한민국 울린 감동의 이야기

28. 조창인 ‘가시고기'

정선서 백혈병 아들 치료 매진
아빠도 간암 판정 등 애석함에
4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기염

조창인의 장편소설 ‘가시고기’는 새천년의 시작인 2000년 1월 발표와 함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출간 당시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몰고 온 ‘해리포터’의 인기를 잠재우고 무려 42주 연속으로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차지하면서 3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말 그대로 초대박 소설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정보석, 유승호 주연의 드라마는 물론 만화와 연극으로 만들어져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 소설의 2편 격인 ‘가시고기 우리 아빠’가 출간됐다.

야속한 설정 탓에 눈물을 펑펑 흘리고 본 기억이 있다.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소설 안에 자극적인 장치들이 없다는 점에서 나이와 관계없이 두루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다시 읽은 것은 2019년에 출간된 개정증보판이다.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좀 더 나이 들고 달라진 사정 때문인지, 또 다른 의미에서 하릴없이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소설은 강원도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아빠 정호연이 어린 시절 사북 탄광촌에서 자랐고, 병원을 나와 아들 다움이 투병 생활을 하는 곳도 정선이다. 다움이 혼수상태에 빠져 원주 응급실로 향하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부자가 머문, 강릉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가야 나오는 부남이라는 바닷가나 환선굴이 있는 대이리(이상 삼척) 등 강원도 내 곳곳이 비교적 자세하게 나온다.

“아빠는 멍텅구리입니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멍텅구리 아빠와 아빠 바라기 아들의 절절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진다.

이혼한 호연. 한물간 시인인 그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 다움을 지극 정성으로 돌본다. 호연은 어린 시절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가 짜장면을 사준 뒤 자신에게 쥐약을 먹이고 함께 죽으려고 한 기억을 갖고 있기에 더더욱 아들을 떠날 수 없다. 변변한 직업조차 없는 호연은 항상 비싼 병원비 때문에 고민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들을 살리기 위한 항암치료는 잘 듣지도 않고, 골수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얘기를 듣지만 적합한 골수를 찾는 일도 녹록지 않게 된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호연은 더 이상 항암치료로 아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 병원을 나와 정선군의 산골마을 사락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진폐증을 앓고 있다가 회복한 피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다움이는 건강을 되찾기 시작한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움이의 건강은 또다시 나빠지게 되고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호연은 절망하며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가져가고 아이를 살려 달라고 절규한다. 다행히 일본 여성이 기증한 골수가 다움이와 맞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많은 수술비에 걱정이 앞선다. 호연은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법이지만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한다. 하지만 검사 과정에서 간암 말기인 사실을 알게 되고, 신장을 이식하는 일까지 불가능해지자 급기야 자신의 각막을 팔기로 한다. 소설을 덮어도 “그 아이를 세상에 남겨 놓은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라는 호연의 말이 계속 맴돈다.

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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