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수천만원 쏟은 안심귀갓길 ‘유명무실’

도입된 지 10년 지났으나 여전히 제구실 못해
범죄 노출된 안심귀갓길서 실제 폭행 사건 발생
선정 기준 또한 의문…파출소 근처 골목길 지정
“인공 환경 감시에 한계…인력 배치 필요” 당부

◇22일 방문한 춘천시 우두동의 안심귀갓길. 이곳은 신사우파출소가 근처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부터 안심귀갓길로 지정되고 있어 선정 기준에 대한 주민들의 의문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준겸 기자

강원지역 지자체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안심귀갓길’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춘천, 원주, 속초, 삼척, 태백, 홍천, 횡성 등 7개 시·군에서 안심귀갓길을 운영하고 있다. 안심귀갓길은 여성, 어린이 등 범죄 취약계층의 안전한 귀가를 돕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13년 처음 도입됐다. 지자체는 안심귀갓길 운영을 위해 연간 700만~5,900만원의 예산을 쏟고 있다.

하지만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안심귀갓길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찾은 춘천시 교동의 안심귀갓길에는 노면 표시와 방범용 CCTV를 제외하고 별다른 안전장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에 위험을 신고할 수 있는 비상벨도 없을뿐더러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보안등도 고장난 상태였다.

이곳에서는 지난 12일 밤 10시40분께 술에 취한 40대 A씨가 ‘밤늦게 고성방가 하지 말라’며 자신을 다그치던 50대 B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부터 해당 안심귀갓길에서 지속적으로 고성방가와 노상방뇨를 하며 인근 원룸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 기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춘천시 우두동의 골목길은 신사우파출소가 근처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부터 안심귀갓길로 선정됐다. 이곳에서 만난 C(여·52·춘천시 사농동)씨는 “새벽까지 운영하는 맛집이 많아 늦은 시간까지 사람이 많이 다니는데 안심귀갓길로 지정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남재성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명이나 CCTV 등의 인공 감시환경으로는 범죄를 막는 데 한계가 따른다”며 “안심귀갓길의 효과가 커질 수 있도록 선정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경찰, 자율방범대 등의 인력 배치를 늘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22일 찾은 춘천시 교동의 안심귀갓길에는 노면 표시와 방범용 CCTV를 제외하고 별다른 안전장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에게 즉각 신고할 수 있는 비상벨도 없을 뿐더러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보안등 또한 며칠째 수리를 받고 있어 보행자들이 범죄에 노출된 상태였다. 사진=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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