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건조한 날씨 속에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나흘째 안동 등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확산한 초대형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19명으로 늘었다.
트럭을 타고 대피하던 중 교통사고로 갈비뼈를 다치는 등 중·경상을 입은 사람도 19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산림 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안동 3명, 영덕 7명, 영양 6명, 청송 3명으로 모두 19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들은 주로 도로나 주택 마당 등에서 발견됐다. 부상자도 19명으로 이 중 중상 6명, 경상이 13명이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의성과 접한 까닭에 가장 먼저 산불이 번진 안동에서 임하면과 임동면 주택 마당에서 각각 50대와 70대 여성이 숨진 채로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 등이 발견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사망한 50대 여성 남편도 상처를 입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어 이날 오전 11시께 임하면 임하리 한 주택에서 80대 남성 1명이 추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로써 안동 산불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숨진 남성이 발견된 주택은 산불로 인한 화재로 모두 타버린 상태였고, 화재 현장에서는 사람의 뼛조각 일부가 발견됐다.
이 주택은 숨진 80대 부부가 살던 곳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숨진 80대의 아내를 찾는 한편 현장에서 발견된 뼛조각을 감식해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영덕군 사망자 7명 가운데 3명은 실버타운 입소자로 전날 오후 9시 대피 도중 산불 확산으로 타고 있던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군 사망자 6명 중 50·60대 남녀 3명은 일가족으로 함께 차를 타고 대피하다가 전복 사고를 당해 불에 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주왕산국립공원 등에 불씨가 날아든 청송군에서는 지금까지 70·80대 노인 2명이 자택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청송읍 한 외곽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또 가족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대피하던 70대 여성은 교통사고로 갈비뼈 등을 다치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보면에서는 치매를 앓는 80대 여성 1명이 실종된 상황이다.
당국은 나머지 사망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미처 피하지 못해 질식하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한 영덕군에서는 이날 새벽 산불로 경정3리항 방파제와 석리항 방파제, 축산항 등 3곳에 고립됐던 주민 104명이 울진해경에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구조 작업에는 경비함정과 구조대, 연안구조정뿐만 아니라 민간 해양재난구조대와 낚시어선 등이 투입됐다.
산불 확산과 함께 사망자나 부상자 등도 덩달아 급격히 늘자 당국의 체계적이지 못한 주민대피 조치가 화를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인근 도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음에도 순차적으로 위험지역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지 않고 사태가 임박해서야 전 주민에게 한꺼번에 대피 명령을 동시에 발송해 피란행렬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을 만드는 등 사전 조치가 미흡했다.
게다가 산불 피해를 본 지역 주민 다수가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대피 문자를 받더라도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하고, 차를 몰고 나오더라도 컴컴한 야간에 도깨비불처럼 날아드는 불씨를 피해 산불 현장을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을 상황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나 부상자 등은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산불 피해를 본 지자체들도 추가 사고자 파악에 분주한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굉장히 심각한 산불 상황이었다"며 "인명 피해를 줄이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경북도 측은 "산불이 번진 지자체 등을 상대로 주민 피해 등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 한 관계자는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방향을 바꿔가면서 불고 시야도 제로인 급박한 상황이었다"라며 "산불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대피 장소도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노력해 대부분 주민을 대피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구하지 못한 데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