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창문 틈새로 잿냄새 코끝 스쳐”…대피 주민 절반 어린아이·고령노인

대부분 생필품도 못 챙기고 집에서 뛰쳐 나와
긴박한 상황 속 가족이나 반려견만 함께 이동
인제군 공무원과 지역 사회·단체 관계자 봉사
하루 가까이 대피소 있던 주민 감사인사 전해

◇지난 26일 인제군 상남면 하남리 산불로 대피한 주민들이 기린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다. 신세희기자

◇인제 산불로 대피한 주민들을 위해 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식사 제공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하위윤기자

“창문 틈새로 잿냄새가 나는 순간 대피 문자가 발송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강원도 인제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제 기린실내체육관에 대피한 강릉원주대 2학년 김현준씨는 산불 대피문자를 확인한 순간 지난달 경북에서 발생한 괴물산불이 떠올랐다. 김씨는 “갑자기 시큼한 연기냄새가 나면서 인제군에서 대피 문자가 왔다”며 “경북 산불처럼 혹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온몸이 떨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제군 상남면 하남리 일대의 산불로 기린실내체육관에 대피한 200여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옷이나 세면도구 등 생필품도 챙기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왔다. 긴박한 상황 속에 가족이나 반려견만 데리고 대피소로 향했다.

인제 하남리 일대는 고령화지역인데다 군부대 밀집지역이어서 대피 주민 절반이 노인들 또는 유치원·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이었다. 고령의 주민들은 체육관 찬바닥에 임시 설치된 바닥매트에 모여 앉아 산불이 진화되기를 기다렸다. 반면 아이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채 삼삼오오 모여 체육관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한쪽에서는 인제군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모여 향후 대피소 운영방안 등의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복녀(79) 할머니는 “산림청 직원들이 집에 찾아와 빨리 나가라고 했다. 겁이 나서 도망왔다”고 했으며 김진우(27)씨는 “헬기 수십대가 떠다니는 모습에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할머니를 모시고 얼른 대피했다”고 말했다.

인제군 공무원들과 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대피 주민들을 위해 임시 거주 텐트를 설치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등 봉사활동에 나섰다.

하루 가까이를 꼬박 대피소에서 지낸 주민들은 산불발생 20여시간만인 27일 오전 9시께 주불이 진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대피소를 나서면서 인제군 공무원 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산불 대피주민들이 인제 기린실내체육관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손지찬기자

◇인제 산불로 기린실내체육관에 대피한 반려견들. 신세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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