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도심을 관통하는 원일로를 쭉 따라가다 보면 얕은 담장 너머로 고고한 자태의 한옥 건물이 눈에 띈다. 원주가 500년간 강원 수부(首府)임을 증명하는 ‘강원감영(江原監營)’이다. 국가사적 제439호로 관리되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강원감영은 포정루(布政樓)라는 편액이 붙은 정문을 지나야 들어갈 수 있다. 포정루는 ‘지방관의 어진 정사가 잘 시행됐는지 살펴보는 누각’이라는 뜻을 지녔다. 강원도에서 가장 높은 지위의 관찰사조차도 감시의 대상이라는 서늘한 경고다. 1895년 감영이 폐지되고 대한제국군 진위대가 본부로 활용하면서 포정루 대신 선위루(宣威樓)로 교체됐고, 1950년 6·25전쟁 이후 강원감영문루로 다시 바뀌었다. 1995년 원래 명칭인 포정루를 되찾기까지 꼭 100년이 걸렸다. ▼포정루를 지나면 관찰사 직무 공간인 선화당(宣化堂)과 마주한다. 선화당은 ‘임금의 덕을 선양하고, 백성을 교화한다’는 의미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됐고, 1634년 재건됐다. 화강석 기단 위에 정면 7칸, 측면 4칸의 건축물로, 그 어떤 장식도 없는 오롯이 직무만을 위한 실무형 공간이기에 단아하다. 강원감영은 발굴조사로 발견한 문지 등을 토대로 중삼문과 내삼문 등을 복원했다. 선화당 뒤뜰의 수령 600년의 느티나무와 옛 선현들의 공덕을 살피는 선정비는 강원감영에서 만나는 진귀한 보물들이다. ▼강원감영의 총면적은 1만㎡에 조금 못 미친다. 하지만 여지도서 기록에서 건물 수가 27동 총 505칸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총면적이 3만㎡는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강원감영도 등 옛 기록을 들여다보면 감영의 부속 건물들이 원주천과 맞닿아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원주의 자랑이자 강원의 숨결인 강원감영이 더 넓었으면 한다. 강원감영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이유도 없다. 단순한 과거의 복구가 아닌, 지역 정체성의 회복이자 지역문화 주권을 되찾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