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영월 동강의 다슬기, 덕포의 미래를 말하다

오윤석 영월주재 부장

다슬기로 유명한 영월 덕포리. 덕포에 위치한 성호식당 등은 전국적인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며 지금도 수백 명의 손님이 다슬기국 한 그릇에 담긴 향토의 깊은 맛을 느끼고 싶어 찾아오고 있다. 인근에도 다슬기를 주재료로 한 다슬기한마당과 동강솥밥, 다슬기마을 등의 음식점이 옹기종기모여 영업을 하고 있으며 행운식당(콩국수)과 영월소금빵, 이가닭강정 등 지역 내 유명한 맛 집들도 즐비하다.

영월의 다슬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동강의 생태를 품고 자란 영월의 정체성이자, 앞으로 덕포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

최근 영월군이 덕포리 일대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일련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도시재생, 신도시 조성, 상권 활력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다슬기를 매개로 한 관광자원화와 정주기반 강화다.

지역의 전통과 자연을 연결해 덕포를 다시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군은 지난해 말부터 총 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덕포 다슬기 코-워킹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2025년 말 준공 예정인 센터에는 다슬기 공동작업장, 체험시설, 특산품 판매장, 옥상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지역의 농어촌 자원을 관광·창업·체험과 연결하는 복합 플랫폼이다. 봉래산 모노레일, 하늘섶다리 등 인근 관광 자원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다.

뿐만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지역상권 활력지원’ 사업에 덕포리가 선정되며 민·관·학 협력 모델이 가동되고 있다. 덕포자율상권조합(가칭)과 함께 마을호텔, 문화플랫폼, 청년 창업 커뮤니티 스테이 센터 등이 조성된다.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해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고, 공동물류제조 플랫폼까지 구축해 창업 인프라를 강화한다. 상인 주도의 순환형 상권발전기금도 추진돼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 조성이 기대된다.

이 같은 지역 재생 흐름의 중심엔 늘 ‘다슬기’가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예술관광포럼과 영월역 문화충전샵(영월문화관광재단)은 영월 덕포의 명물인 동강 다슬기를 ‘동강 다돌이’와 ‘동강 다순이’ 등의 캐릭터를 탄생시켰으며 인형과 스티커, 배지 등을 제작하는 등 관광 상품화를 진행 중이다.

명확한 스토리와 브랜드를 가진 지역자원이 도시의 얼굴이 되는 시대, 다슬기는 이제 덕포의 문화이자 콘텐츠로 다시 쓰이고 있다.

덕포는 영월읍 하송·영흥 지구와 함께 새로운 생활 중심지로도 거듭나고 있다.

2028년까지 총 2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동강영월 더웰타운’이라는 신도시형 생활거점이 조성된다.

타운하우스형 주택과 커뮤니티 공간, 체육센터 등 생활 인프라가 집약되며, 영월의료원과 영월경찰서도 이 일대로 이전될 예정이다.

단순한 신도시 개발을 넘어, 귀농·귀촌인과 지역민, 은퇴자들이 공존하는 공동체 중심의 복합문화도시로의 변신이 기대된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낡은 도시를 고치는 일이 아니다.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 이야기에 경제적 활력과 정주 여건을 입히는 작업이다. 지금 영월 덕포에서는 그것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다슬기라는 평범한 재료가 지역의 명물이 되고, 상권을 일으키고, 도시의 정체성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다슬기를 통해 지역을 되살리는 일은 곧 영월의 미래를 되살리는 일이다. 지역 소멸과 고령화, 인구감소의 그늘 속에서도 덕포가 선택한 길은 분명하다. 자연과 사람, 삶과 경제가 함께 숨 쉬는 공간. 다슬기 한 그릇에 담긴 지역의 힘을 믿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동강은 흐르고 덕포는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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