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SOC 예산 매년 2조원씩 못쓰고 이월...정부 손질 나서나

이 대통령 “비효율적 예산 지출 조정해야, SOC 정치적 요소 있어”
민간전문가도 “SOC 예산 집행률 낮아, 다른 예산을 빼앗는 죄악”
실제 매년 2조2천억 이월·불용 발생, 강릉~제진 철도 2천억 이월
예산 뻥튀기 단순 치부 안돼…철도사업 보상 지연 등 큰 영향미쳐
춘천 서면대교는 총 사업비 부족해 예산 쓰고 싶어도 못쓰는 현실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공사현장. 강원일보DB

예산을 확보하고도 집행이 저조해 매년 수천억원 이상 이월되는 SOC 예산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인 손질에 나설 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SOC 등 국가재정의 관행적·비효율적 지출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비효율적 편성에 공감하면서도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적자 시공으로 인한 집행불가, 보상 지연, 공사 초반 사업비의 안정적 확보 관행, 지자체·정치권의 예산 경쟁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있다는 것이다.

■李 “비효율적 예산 지출 조정해야”=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비효율적인 영역의 예산 지출도 조정해서 효율적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간전문가로 참석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SOC 예산이 집행률 매우 낮다. 쓸 수 있는 돈보다 많은 금액을 예산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데 쓸 수 있는 예산을 빼앗는 죄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도 “정치적 요소가 꽤 있다”며 “정치인들 입장에서 (예산을)확보하는 게 최대 과제다. 등쌀이 보통이 아니다. 저를 믿고 조금 버텨보라”고 주문했다.

■매년 2조원 못쓰고 이월=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평균 SOC 사업 이월·불용액은 2조2,174억원에 달한다.

강원지역 사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강릉~제진 철도는 올해 확보한 1,232억원 중 900억원을 지출(지난 5월 기준)했다. 하지만 지난해 2,000억원의 사업비가 이월돼 실제 집행률은 27% 수준이다.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의 경우 지난해 2,000억원 가량의 예산을 쓰지 못해 이중 300억원은 이월, 1,700억원은 아예 쓰지 못하고 불용처리했다. 다만 올해는 1,607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이중 1,440억원을 사용하면서 공사가 본 궤도에 올랐다.

이에 대해 강원자치도는 공사 초반 민원·보상 지연 등으로 집행률이 다소 떨어졌을 뿐 예산을 과다하게 확보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SOC 이월·불용 요인 다양=현장에서도 SOC 예산의 비효율적인 집행에 공감한다. 다만 단순 ‘예산 뻥튀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춘천~서면대교의 경우 올해 59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고 있다. 총 사업비를 2022년 기준으로 편성, 원자재·노무비 상승이 반영되지 않아 적자시공을 우려한 업체들이 입찰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2경춘국도 역시 올해 235억원을 확보했으나 총 사업비 협의를 다시 진행하며 아직 본공사를 시작도 못했다.

정치권과 지자체간 치열한 국비 확보 경쟁, 수년 간의 예산 확보 노력이 필요한 SOC 사업의 특성 상 사업비를 최대한 확보해두는 것이 공기 단축에 유리한 관행 등도 영향을 끼친다.

강원자치도 관계자는 “정부는 예산 효율성을, 지자체는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중시하다보니 입장 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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