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농업진흥지역 해제, 그 이후 ‘용도 계획’이 중요

강원특별자치도가 최근 축구장 170개 면적에 해당하는 121㏊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함으로써 지역 개발과 효율적 토지 활용의 물꼬를 텄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닌, 농지로서의 실효성이 상실된 땅을 지역 여건 변화에 맞춰 현실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6년 만에 추진된 대규모 정비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해제 대상지는 원주(38.7㏊), 홍천(24.9㏊), 고성(15.1㏊), 양양(14㏊) 등을 중심으로, 도로·철도 등으로 고립돼 사실상 농업 활용이 어려운 소규모 농지들이 포함됐다. 이는 농지법 제32조에 근거한 행정 절차를 거쳐 진행된 합법적 조치이자, 주민 의견 수렴과 현장 실태조사 등 치밀한 검토 끝에 도출된 결과다.

김진태 도지사가 밝힌 대로, 땅이 있음에도 이용하지 못해 고통받던 도민들에게 이번 해제가 실질적인 재산권 회복과 미래 활용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번 해제를 단순한 토지 활용 확대나 개발 가능성에만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

절대농지는 국가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기반 중 하나로, 무분별한 해제는 장기적으로 농업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 아래, 농업 생산성이 낮고 현실적 농업 가치가 사라진 농지를 위주로 정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 각 시·군은 해당 부지들이 난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발 방향과 지역 특성에 맞는 활용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예컨대, 원주나 홍천 등은 관광·주거·복합산업단지 개발 수요가 높지만, 그 속에서도 환경 보전, 인프라 수용성, 지역 주민의 삶의 질 제고라는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진정한 지역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해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장기적인 농지 관리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 도내 농지의 전수조사를 통해 유사한 규제를 받는 고립 농지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동시에 실제 농업 활용이 가능한 우량 농지에 대해서는 보전 정책을 강화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규제의 완화와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이어야만 강원특별자치도의 지속 가능한 토지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 도민의 재산권 회복과 지역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해제는 반가운 일이지만, 개발이 곧 발전이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합리적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강원자치도가 추진하는 규제 개혁이 향후 더욱 체계적이고 정교한 정책으로 확장돼 진정한 도민 체감형 행정의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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