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내란특검 "尹, 2023년 10월 이전 계엄 준비…김건희 사법리스크 타개, 권력 독점·유지가 계엄 배경"

北 무력도발·부정선거 조작…軍 인사서 '노상원 수첩' 반영

◇조은석 특별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15 [공동취재]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준비했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특검팀은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등이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2024년 4월 총선 이후 국회의 줄 탄핵·입법 독재·예산 삭감 등을 계엄 선포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비상 대권'을 염두에 두고 여러 차례 주변에 이를 언급했으며, 2023년부터 이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였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통해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대립하다가 사임한 뒤 '거대 의석을 가지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런 시각은 대통령에 당선돼 집권한 후에도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1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나에게 비상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라고 발언하는 등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적대감도 드러냈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여당 대표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도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등 대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 체포명단'이 적혀있다. 2025.12.15 [공동취재]

특검팀은 또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명분 및 여건을 만들기 위해 비정상적인 군사작전으로 북한의 무력 대응을 유발하려 했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대통령실을 용산 군 기지 내 합동참모본부 청사 바로 옆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관저를 한남동으로 이전하면서 대통령과 군이 밀착되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수시로 만나면서 2024년 4월 총선 훨씬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순차 모의하고 준비해온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계엄 모의 사실을 알게 된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이 계엄 반대 의사를 밝히자, 국방부 장관을 교체하는 인사를 감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후 군 인사에서는 계엄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등이 핵심 보직으로 '전진 배치' 됐다. 이는 '계엄 설계자' 중 한명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도 동일했다.

군을 동원해 사법권을 장악하고, 비상 입법기구로 입법권을 장악해 입법·사법·행정권을 모두 틀어쥐는 무소불위의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에 전달한 '국회 자금 차단 및 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문건,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 건넨 '언론사 단전·단수·민주당사 봉쇄' 문건, 여 전 사령관 메모에 담긴 '정치인 체포 명단', 노 전 사령관의 수첩 기재된 '차기 대선에 대비 모든 좌파 세력 붕괴' 글 등을 들었다.

이후 군은 실제로 평양에 전단통을 부착한 무인기를 투입하는 등 작전을 벌였지만, 북한이 실질적인 군사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계획이 실패했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15 [공동취재]

조 특검은 "윤석열 등은 군을 통해 무력으로 정치활동 및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고 국회를 대체할 비상 입법기구를 통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후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자 했다"며 "국회에서 이뤄지는 정치활동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행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1980년 전두환·노태우 세력의 합수부가 권력 찬탈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반대 세력을 영장 없이 체포·감금하고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한 역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내세웠던 명분은 허울뿐이고, 목적은 오로지 '권력의 독점과 유지'를 위한 친위 쿠데타였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핵심 동기는 장기간에 걸친 권력 독점과 유지라고 보면서 거기에 작용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김건희 여사와 본인의 사법리스크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권력 독점·유지는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고, 그 (하고싶은대로)하고 싶은 마음엔 본인과 배우자에 대한 '사법리스크' 해소가 포함돼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총선 결과를 '반국가세력에 의한 부정선거'로 조작하고, 이를 국회 기능 정지의 명분으로 삼고자 선거관리위원회 점거를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노 전 사령관은 앞서 정보사 요원 30여명에게 비상계엄 선포 시 부정선거와 관련된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감금하는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은 계엄 선관위에 출동한 부하가 보낸 조직도를 보고 체포·감금할 직원 30여명을 최종적으로 정했고, 휘하 대령이 요원들에게 명단을 불러주며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실제로 송곳, 안대,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망치 등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선관위에 무단 진입해 서버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다만 예상보다 빨리 계엄이 해제돼 직원 체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지호 경찰청장[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12·3 비상계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파면 여부가 오는18일 결정된다. 지난해 12월 국회가 탄핵 소추한 지 1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조 청장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가 18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있을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1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지난해 11월 전국노동자대회 과잉 진압도 소추 사유에 포함됐다.

헌재는 올해 7월 1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탄핵심판 심리에 들어갔다. 총 3차례 변론준비기일과 3차례 변론기일을 거쳐 탄핵 소추 1년 만에 파면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국회 측은 지난달 10일 마지막 변론에서 "피청구인은 계엄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 대의민주주의,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다"며 선관위 등 경찰력 배치로 "영장주의, 선관위의 독립성 등을 위반하거나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은 최후 진술에서 "당시와 같은 초유의 상황에서 지금 판단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단 한 번이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말할 기회가 있었다면 비상계엄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청장 측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계엄 당시 법무부, 대검찰청, 법제처 등 다양한 부처가 회의했는데 한 곳이라도 당시 위헌이라고 결론 내린 곳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며 사실조회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올해 1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그는 같은 달 법원의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 허가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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