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미국·이란 종전 협상 결렬…美 "이란, 핵추구 않겠다는 명시적 약속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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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부통령, 회견서 "합의 도달 못해…미국으로 복귀" 곧바로 전용기 탑승
21시간 마라톤협상 '노딜'…"최고·최종안 제시, 이란 수용할지 보겠다"
향후 전망 불투명…조만간 다시 마주 앉아도 '2주 휴전' 내 타결 불분명

◇미국 대표단(왼쪽)과 이란 대표단[AP·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과 이란이 개전 39일 만에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양국 대표단이 파키스탄에서 현지시간으로 11일 오후부터 12일 새벽까지 종전 협상을 가졌으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 대표단은 핵포기에 대한 이란의 명시적 약속이 없었다며 추가 협상 없이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다만 '최고이자 최종인 제안'을 제시했다며 이란에 수용을 압박했다.

이란과의 종전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끈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파키스탄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6시30분께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합의 없이 미국으로 귀환한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전날부터 이란과 21시간 동안 협상하며 이란에 미국의 '레드라인'을 매우 명확하게 밝혔으나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신속하게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시적 약속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목표이고 우리가 협상에서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10여차례 통화했다고도 밝혔다. 최종 결렬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것으로 보인다.

밴스 부통령은 이어 "최고이자 최종인 제안을 제시했고 이란이 수용하는지 지켜보겠다"며 이란에 수용을 압박하고 2분만에 회견을 마쳤다. 그러고는 30여분 뒤 미국행 전용기에 탑승했다.

◇회견하는 밴스 부통령[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밴스 부통령의 회견이 끝난 뒤 이란 국영 매체에서도 미국과의 협상이 끝났으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종전협상에서 미국과 이란은 이란의 핵보유 금지와 관련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위협 제거를 명분으로 대이란 군사작전을 시작한 만큼 미국으로서는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처리를 비롯해 향후 핵보유를 저지할 수 있는 구체적 약속이 있어야 이란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싼 이견도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 보인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인 개방을 원하는 반면 이란은 최종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면 협상 개시에 맞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통과시키며 기뢰 제거 작전에 착수, 압박 강도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 이란의 반발을 초래하며 협상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이란이 상당한 입장차 속에 결국 첫 협상에서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서 향후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조만간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는 있으나 2주인 휴전 기간 내에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제안에 대한 이란의 수용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유가 상승의 부담과 국내 여론 악화 속에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란 전쟁의 신속한 마무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란 외무부는 "협상 성공은 상대편(미국)의 신의성실에 달렸다"며 "과도한 요구와 불법적 요구를 자제"하라고 미국 측에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5시 29분(한국시간 오전 9시 29분)께 올린 X게시물에서 "이 외교 과정의 성공은 상대편의 진지함과 신의성실에 달려 있다"며 "과도하고 불법적인 요구를 자제하고 이란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은 JD 밴스 미 부통령이 이날 회담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란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히고, 미국 복귀를 발표하기 직전 나온 것이다.

바가이 대변인은 "최근 24시간 동안 호르무즈해협, 핵 문제, 전쟁 배상, 제재 해제, 이란 및 지역 내 전쟁 완전 종식 등 주요 협상 주제들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에게 외교는 이란 국토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지하드(성전·聖戰)의 연장"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약속 위반과 악의적 행위의 경험을 잊지 않았고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두 번째와 세 번째 강요된 전쟁 동안 그들과 시온주의 정권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용서하지 않을 것임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국가 이익을 확보하고 국가의 안녕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각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이 "파키스탄의 훌륭한 노력과 중재로 시작된 집중적인 협상은 지금까지 중단 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양측은 수많은 서한과 문서를 주고받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2026년 2월 10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외무부 주례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테헤란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미국 대표단과 이란 대표단은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와 이란의 핵보유 금지, 레바논 휴전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약 50년만에 성사된 양국의 최고위급 인사간 만남에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IRNA, 타스님, 메흐르 등 이란 매체는 파키스탄 시간 기준으로 11일 오후 5시 30분께 "이란과 미국 측 협상이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양국 대표단은 이날 낮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각각 만나 회담 의제와 방식 등을 논의한 뒤 본격 협상에 돌입했다. 회담 장소는 이슬라마바드의 5성급 세레나 호텔이다.

미국 대표단은 JD 밴스 부통령이 이끌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도 함께한다. 이란 매체는 미국 대표단 규모를 경호 인력 등을 포함해 약 300명으로 보도했다.

이란 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이다. 이란 전체 대표단은 약 70명으로 전해졌다.

AP 통신과 미국 CNN 방송, 영국 BBC 방송 등은 이번 회담이 파키스탄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면하는 3자 회담 형식으로 열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3자 회담이 진행 중"이라며 "미국 전문가팀이 이슬라마바드에 동행했고 전문가들이 추가로 워싱턴DC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2026년 4월 11일 JD 밴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셰바즈 샤리프(오른쪽) 파키스탄 총리가 이란 대표단과의 면담을 앞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AFP=연합뉴스]
◇파키스탄 총리 만난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왼쪽)[UPI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밴스 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샤리프 총리가 동석한 가운데 대좌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윗코프 특사와 쿠슈너, 아라그치 장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등도 함께 자리했다고 전했다.

이는 1979년 양국 외교 관계가 단절된 이후 47년만의 최고위급 회담인 동시에 지난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 후 처음으로 열리는 양국 공식 대면 협상이다. 이날 회담은 지난 7일 양국이 2주간 휴전에 전격 합의한지 나흘만에,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지 42일만에 열렸다. 앞서 미국은 15개항의 종전안을 제시했고, 이에 이란은 10개항 요구를 역제안했다.

IRNA는 "양국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집중적인 협의와 진전, 이스라엘의 베이루트∼레바논 남부 공격 자제, 미국 측의 이란 자산 동결 해제 수용 등을 고려해 협상을 시작해서 이 문제들을 최종 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 시작 전 이란 대표단은 샤리프 총리에게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권리 인정 △전쟁 피해 배상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해제 △중동 전역에서 교전 중단 등 4가지 '레드라인'을 전달했다고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보도했다.

한때 IRIB가 "회담이 전문가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이란 대표단의 경제, 군사, 법률, 핵 부문 위원들이 협상장에 투입됐다고 보도해 대화 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바다를 지나는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가운데, 미군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기뢰 제거 작업에 전격 착수함으로써 이란을 압박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부사령부 소속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여건 조성을 시작했다"면서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함을 통과시키며 기뢰제거 작전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두어개의 기뢰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는 (거기) 기뢰제거함이 있다. 우리는 해협을 훑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해협을 여는 것"이라며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쓰지도 않는데 겁먹었거나 약하거나 인색한 전세계의 많은 나라가 쓰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종전안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에서 회담하는 중에도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노린 레바논 공습을 이어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성명에서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디오트아흐로노트는 이스라엘이 이번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해 이란의 에너지 등 기반시설 대한 공격 재개를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수하는 작전도 계속되고 있다고 이스라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레바논 국영 NNA 통신은 이날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지역의 크파르시르 마을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4명이 사망하고 인근 제프타, 툴 마을에서도 3명씩 숨졌다고 전했다. 오후 테파흐타 지역에서도 공습으로 5명이 추가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를 모두 합치면 최소 15명이 숨진 셈이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을 계속 저지하고 있다"며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등을 겨냥한 공습 영상을 공개했다.

헤즈볼라도 이날 드론과 미사일로 아드미트 정착촌의 이스라엘 군사 인프라에 로켓포를 발사하고 이스라엘군 병력과 차량이 집결한 메툴라 지역을 드론으로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 오다이세에 배치된 이스라엘군 탱크 1대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을 전격 발표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8일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대공습 하루 동안에만 자국에서 357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란은 미국과 종전안을 논의하기 위한 선결 조건 중 하나로 레바논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 매체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교전 중단에는 뜻이 모였지만 레바논 남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전했다.

◇9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이스라엘 공습 피해 지역[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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