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집단부정에 이어 밀양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이르기까지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정말 이대로는 안된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더더욱 가슴을 치게 만든다.
특히나 밀양의 집단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 및 언론에 의한 피해자의 신원노출·경찰에 의한 피해자 모독 발언(“니네들이 꼬리친 것 아니냐, 니네들이 밀양물 다 흐렸다”)가해자 가족에 의한 피해자 협박 등 피해자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 우리 사회의 인권의 현주소가 어떠한지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이제 앞으로는 경찰 및 언론의 인권침해로 인해 더 이상 성폭력 피해자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한다.
학교 현장에서 성교육을 해 달라고 하는 청을 받을 때마다 시장판에서처럼 콩나물 한 줌을 더 얹겠다.. 아니다..처럼 흥정(?)아닌 흥정을 해야 한다. 전체학년을 모두 체육관이나 다목적실에 모아놓고 강의를 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초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혹은 중학교 갓 졸업하고 들어 온 1학년생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를 한데 모두 모아놓고 성교육이 가능하단 말인가.
나이에 따라 몸의 변화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데 대체 어떻게 어디에 기준을 두고 성교육을 해 달라는 것인가. 그냥 성교육 했다고 사진만 찍어 보고만 하면 된다는 것인가.
아마도 이처럼 전체 학년을 마이크 소리가 왕왕 울리는 곳에 모아놓고 수학이나 영어같은 교과목을 지도하라고 하면 그게 어디 수업이 되겠냐고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할 것이다.
예를들면 영어 몰라서 범죄가 일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제대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성범죄가 어린 학생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올바른 성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대상이 바로 가해자들이다. 우리 상담소에서는 가정폭력 행위자와 성폭력 행위자들을 교육해 오면서 이들이 40시간의 상담과 교육을 통해 자신의 폭력이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 깨닫고,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피해자 보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더 이상의 재범을 막기 위해 가해자 상담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한다.
성교육은 단순한 성기 중심의 교육이 아니다. 또한 잠재적인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것이 아닌가 라는 소극적인 교육에 머물러서도 안된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느낌과 의사 존중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는 성적 자기 결정의 능력을 키우고, '안전하고 당당하고 즐거운 성'이 주는 의사소통의 힘, 성숙함과 배려의 능력을 배우게 될 때 진정한 의미에서 성폭력 사회가 치유되고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사회가 될것이다.
성은 한 인간으로서 더 풍요롭고 성숙한 존재가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다. 성교육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은 자신의 몸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나의 욕구나 선택만큼 다른 사람의 그것도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함을 배워야 할것이다.
정말 지금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고, 무엇을 궁금해 하고 있고, 무엇을 알고 싶어 하고 있는지, 또 잘 못 알고 있는 것은 없는지.. 제대로 정말 제대로 교육 해야 한다.
늘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고창영(원주여성민우회 부설 가족과 성상담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