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아 유괴 생모 살해 암매장 한 30대 여성...5살 연하 남자와 결혼까지
속보=지난해 5월 갓난 아기와 함께 실종됐다 한달 뒤 고성군 야산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본보 2004년6월16일자 5면보도)된 고모(여·21·경기도평택시)씨 사건은 반년이상 미궁에 빠져 영구 미제가 될 뻔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고씨의 거주지 관할 경찰인 경기지방경찰청과 함께 공조 수사를 벌이며 아기의 행방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영아보호시설을 찾아 다니는 등 총력을 기울여왔다.
당시 고씨와 가족의 원한 관계 등 주변 조사가 철저히 진행됐지만 길 가던 어머니와 아기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들에게 납치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더욱이 납치 살해 사건의 수사 특성상 피랍자가 가족들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지 여부 등을 추적하기 마련인데 이 사건의 경우 대가 요구도 없어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 수 밖에 없었다.
■집요한 수사로 덜미
정씨 등 납치범들은 천안에서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내고 수배된 차량을 그대로 타고 다니다 결국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도로에서 강남경찰서 기동순찰대 김행영경장의 검문에 걸리자 차에서 내려 도주를 시도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김경장은 정씨 등을 검거하고 차량을 뒤져 보관함에 있던 고씨의 휴대전화 등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다. 강력범죄수사팀으로 넘겨진 정씨 일당은 끈질긴 추궁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으며 경찰은 영아유괴를 청부한 김씨를 추가로 검거했다.
김경장은 단순 교통사범으로 이들을 처리하지 않고 집요하게 수사를 진행한 공로로 1계급 특진의 영광을 안게 됐다.
■'인면수심'의 치밀한 범죄 행각
결혼해 두 자녀까지 두었던 김씨는 동거남과 결혼하기 위해 영아유괴를 의뢰하고 '원정출산' 등 각종 위장극을 연출하는 등 '인면수심'의 극치를 드러냈다.
지난해 90년 결혼한 김씨는 2003년 3월 수려한 외모와 재력을 갖춘 최모(31)씨를 만난 후 최씨와의 동거를 위해 가출했다.
김씨는 최씨와 결혼하기 위해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신부름센터 직원 정씨 등에게 '아들 딸 상관 없이 미혼모 아이를 데려와 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경찰에서 김씨는 입양을 할 경우 허위 임신 사실이 들통날까봐 심부름센터를 찾게 됐다고 진술했다.
더욱이 김씨는 '원정출산' 했다며 납치한 아기를 시댁에 소개시켰으며 결혼식 때도 심부름센터를 통해 소개받은 9명을 1인당 5만원씩의 사례비를 주고 고용해 친척 등 하객 역할을 맡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종 아기 되찾은 가족
실종된지 7개월만에 아기를 찾으러 24일 경찰서에 온 고씨의 남편은 경찰관으로부터 아기를 건네 받아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암매장된 아내의 사체를 확인한 후 충격스러워 하던 남편이 수사가 장기화되자 아기라도 꼭 찾아달라고 애원했던 것이 기억난다”며 “상상하기조차 힘든 엽기적인 범죄 행각에 치가 떨린다”고 했다. <金美英기자·mykim@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