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9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반부패의 날’이다.
4년 전 이날 한국을 포함 유엔 90개 국가는 부패 방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멕시코 메리다에서 각국이 연루된 부패 문제를 국제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유엔반부패협약(UNCAC) 조인식을 가졌다.
바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반부패의 날’이 정해진 것이다.
유엔반부패협약은 한마디로 국제사회에서 부패를 몰아내기 위한 각종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각국이 광범위한 부패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뇌물 횡령 자금세탁 등을 불법화하는 법률을 채택하며, 부패지원이나 수사방해 행위를 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 지도자에 의해 수탈된 국가자산을 차기 정부가 환수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또 협약은 이의 이행을 위해 각국이 서명과 함께 비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올 10월 현재 유엔반부패협약 이행을 위한 국회 비준을 마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103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개방경제와 공정무역 협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면서도 2003년 유엔반부패협약 조인식에서 서명만 하고 안타깝게도 4년이 지나도록 비준절차를 끝내지 못한 상황이다.
다행히도 올 10월 부패범죄에 대한 국가 간 공조와 부패자산 환수를 뼈대로 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유엔반부패협약의 비준 및 동협약 이행 입법인 이 법안은 법원이 국내 부패사범의 외국 도피 재산에 대해 몰수·추징 판결을 내리고, 법무장관이 상대정부에 몰수·추징재판의 집행 공조를 요청해 부패사범 재산을 국내로 환수토록 규정하고 있다.
상대정부가 같은 방법으로 집행 공조를 요청받았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부패사범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정부가 환수하려해도 관련 조약 및 국내법 부재로 인해 상대국과 공조가 어려웠고 실제 해외 도피 재산이 환수된 사례도 없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이행에 들어가면 부패범죄의 예방·처벌과 몰수·반환이 신속하고 원활해져 부패자산의 해외도피가 불가능해짐은 물론, 국내 반부패정책이 국제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어쨌든 우리는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선도하면서 OECD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아직도 부패란 독버섯이 사회 곳곳에 적잖이 자리 잡고 있다.
OECD 가입 11년이 된 지금, 경제 선진국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청렴 선진국이 되지 뭇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지 못한 상황이다.
부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가 경쟁력이 다시 추락해 선진국에서 영원히 탈락할 수도 있다.
부패독버섯을 박멸하려면 강력한 제초제가 필요하다.
그 제초제가 바로 국제표준으로 조인된 유엔반부패협약이고 제초제를 살포하는 작업이 협약의 이행이다.
국회에서 하루빨리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을 시급히 제정되고 유엔반부패협약이 비준되어야 한다.
김덕만 국가청렴위공보관 언론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