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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흰 까마귀 출현

'곡백오흑(鵠白烏黑)'이라는 말이 있다. '장자(莊子)' 천운편에 나온다. 노나라의 공자는 높은 학식과 고결한 이상을 지녀 주변 국가들에까지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노자는 공자의 이상론을 곡백오흑이라는 말로 비판했다. 백조는 씻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먹칠하지 않아도 검다는 뜻이다. 흑과 백, 선과 악은 본래 정해져 있는데 '이것이 옳다, 저것은 그르다'고 해봐야 세상을 더 시끄럽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까마귀의 한자는 '오(烏)'다. 온통 검은 까마귀의 형상에 따라 그렇게 쓴다. 눈까지 검어 식별하기 어렵다고 하여 새를 일컫는 '조(鳥)'자에서 가로 획(一) 하나를 뺀 것이다. 그러나 흰 까마귀가 있으니 백오(白烏)다. 백룡, 백마, 백호, 백록, 백곰처럼 흰색이다. 아울러 귀한 존재로 대접받는다. 워낙 상서로운 영물이어서 '천 년에 한 번 볼 수 있다'는 설이다. 중국에서는 흰 까마귀가 출현하면 황제가 직접 나서 하늘에 제사를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국사기'에 '백오현(白烏縣)'이라는 지역이 등장한다. 요즘의 평창지역이다. 이곳은 고구려 장수왕 때부터 우오현(于烏縣), 욱오현(郁烏縣)으로 불렸다. 평창의 가장 오래된 지명이다. 그랬던 것이 신라 경덕왕 때(757년) 백오로 개칭돼 내성군(영월군)에 딸렸다가 고려 시대 평창으로 고쳐 원주에 속했다. 현재 평창읍내에 '백오로'가 있고 '백오'라는 글이 들어간 상호가 수두룩하다. 평창이씨 족보의 표제는 '백오세록'이다. ▼전설에 나오는 백오는 천년의 길조여서 좋은 징조를 의미한다. 그 흰 까마귀가 정선에 나타났다. 조양강변을 따라 까마귀 4~5마리와 함께 흰 까마귀 한 마리가 무리에 속해 날아다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고 한다. 이래저래 고달프고 속상한 일이 많은 세상이니 괜히 가슴 설레고 희망이 생기는 것 같다는 주민들의 말이 이해된다. 뜻밖의 돌연변이가 새 세상을 열어온 것은 분명하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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