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지역 중소업체는 물론 중대형 건설사까지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지역에서 진행되는 대형사업에 도내 건설업체들이 중대형사의 공동수급 또는 하도급 업체로 참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중대형 건설사의 자금난으로 인해 지역업체에도 피해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재무구조 급격히 악화
국내주택·해외수주 동반 부진
순차입금 3년새 69.2% 급증
꽁꽁 얼어붙은 건설시장
공공부문 위축·주택과잉 지속
중동 등 해외시장서 활로 모색
■건설사 순차입금 급증=건설사의 순차입금 규모가 소형사는 물론 중대형사까지 늘어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그동안 누렸던 해외 선수금의 긍정적 효과가 사라지며 순차입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주택사업 부실이 여전한데다 해외 수주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금조달 차입에 의존한 결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 신용평가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의 순차입금은 2009년 말 10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에는 18조1,000억원으로 69.2%나 늘었다.
차입금 규모의 경우 모든 등급에서 확대됐다. 우량등급인 AA급 건설사들은 순차입금이 5,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A등급 건설사들은 같은 기간 7조3,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용등급 BBB급은 2009년 말 순차입금이 2조9,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9월 말 6조2,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사들의 순차입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며 “대형사들이 누리던 선수금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현금 흐름이 미분양 등으로 부진하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모회사의 자금 지원으로 현금 흐름을 개선할 수 있지만 일부 건설사는 사업성이 취약한 PF에 대한 채무보증으로 재무구조가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건설시장 회복 불투명=지난해 건설업계는 공공부문 건설수주가 위축되고 주택 과잉공급이 지속돼 경기침체가 심화됐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전반적으로 건설업의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해외 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공공부문 수주와 투자를 급격하게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회복이 쉽지 않다”며 “다만 중동지역 발주 추세 지속과 해외 시장 다변화에 따라 해외부문은 당분간 수주 확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새 정부 정책에 따라 일시적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저성장 기조 및 인구구조 변화도 분양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 부동산은 지난해와 같은 흐름이 유지되거나 경우에 따라 둔화 폭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신용평가는 주택건설 리스크에 과도하게 노출된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보수적 관점이 유지될 것으로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경우 건설산업의 올해 단기적 산업위험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주거용 부문의 분양경기 침체와 전반적인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민간부문 사업환경이 불리한 가운데 공공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해외부문의 경우 수주 경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안경훈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높은 주택보급률과 인구증가율 정체 등 부정적 요인과 PF 부실화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위험요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건설업체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환율변동 위험관리와 원가관리 능력 향상으로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위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