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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대암산 `용늪'

인제군 서화면·북면과 양구군 동면·해안면의 경계, 일명 '펀치볼'로 일컫는 해안분지의 동쪽 병풍 역할을 하는 곳이 대암산(大巖山)이다. '큰 바위산'이라는 뜻이다. 금강산이 건너다보이는 이 산 8부 능선 지대(해발 1,280m 지점)에 세계적으로 희귀한 생태보고가 있으니 이를 '용늪'이라 한다.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해 '하늘로 올라 가는 용(龍)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지명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 대암산 용늪은 남한에서는 유일한 고층 습원이다. 4,500년의 세월을 이어왔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생태적 가치가 인정돼 1997년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국제습지보호조약)에 등록됐다. 일대가 대암산·대우산천연보호구역, 자연생태계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식물과 한국특산종인 비로용담, 금강초롱 등 646종이 서식·분포하는 자연생태의 천국이다. 관련 학계에는 '천연 연구실'이다.

▼ 이 용늪에서 올해 1월 지구상에서 처음 발견된 희귀 곤충이 보고돼 전 세계 학계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가치를 인정해 '한국좀뱀잠자리'로 명명됐다. 학명도 '시알리스 코리아나(Sialis Koreana)'라고 붙여져 한국 고유종임을 입증케 했다. '생물자원의 수도'를 자처한 인제군이 유엔으로부터 인증받은 RCE(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를 비전으로 삼아 'UN지속가능발전 교육도시'를 선포한 배경이다.

▼ 하지만 용늪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토사가 흘러들어 습지가 육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훼손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자 환경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상류지대에 위치한 군부대를 이전하는 등 용늪생태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식생, 지형, 지질, 경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는다니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기를….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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