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女, 40대 남자친구 차에 치여 숨진 사건 날선 공방
검찰, 살인 혐의 적용 20년 구형 … 변호인은 무죄 주장
속보=20대 여자친구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본보 지난 3월26·27일자 각 5면 보도)의 유·무죄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법정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재판은 정문성 제2형사부 부장판사의 심리로 8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오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4시간에 걸쳐 춘천지법 101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쟁점은 피고인 박모(43)씨가 사건 당시 살의가 있었는지와 박씨의 시력이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쁜지 여부였다.
재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피고인 박씨의 수술 기록과 안과 전문의 및 주치의 소견 등을 통해 “피고인의 왼쪽눈이 사물을 식별할 수 없지만 오른쪽 눈의 시력은 0.7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며 숨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담긴 피해자와 박씨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박씨의 승용차에서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제시했다. 또 “사건 당시 박씨는 피해자와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느껴졌다”는 최초 112 신고자와 119 구급대원 등의 경찰 진술 내용을 토대로 당시 박씨의 모호한 행동은 일반적인 교통사고 상황과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박씨가 피해자와의 만남에 집착한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 문자 내용, 사건 당시 피해자가 서 있다 차에 치인 것으로 추정한 시뮬레이션 결과, 대검 범죄심리분석관이 박씨와 대화를 통해 확인한 심리분석 내용 등을 근거로 박씨가 살의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곧바로 변호인 측은 박씨의 왼쪽눈은 실명한 상태고 오른쪽 눈도 좋지 않아 2~3m 떨어져 있으면 누군지 식별하기 힘들다며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은 “사건 당시 박씨는 오른쪽 눈에 의지해 도로 우측 가장 자리를 보면서 운전했고 시야 각도도 5도에 불과해 도로 정면은 보이지 않았다”며 사고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앉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힌 점과 의사들이 박씨에게 운전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한 점 등을 토대로 살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격분하거나 충동적으로 저질렀다고 검찰이 주장하지만 당시 차량 운행 속도는 겨우 시속 40㎞였다”며 “피해자가 떠난 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불과 100여m 앞 도로 중간에 피해자가 앉아 있을 것이라고는 피고인이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양측의 공방이 끝난 뒤 검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예비적공소사실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시 형량을 최대한 적용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변호인은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춘천지법은 이날 재판이 민감한 점을 고려, 2개팀 15명으로 구성된 형사사건 그림자 배심원의 참관을 실시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1일 오전 10시 춘천지법 1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신형철·박진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