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카드 역외소비 증가
타지 기업 지역자금 흡수
일자리 줄자 인력도 유출
자영업자 매출 감소 고통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간 강원경제는 어떻게 변했을까. 97 경제모델은 '정부 주도형 개발'에서 '수출 대기업 주도 성장'으로 전환된 게 핵심이지만, 수출로 얻은 부(富)가 지역으로 떨어지는 낙수효과는 전무했다. 대신 지역의 부(富)마저 중앙으로 흡수되는 '빨대효과'는 두드러졌다.
■쇼핑하러 서울로 인터넷으로=직장여성 A(37·강릉시 교동)씨는 화장품을 5년째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고 있다. 시내 가게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사무직 종사자인 B(57·춘천시 퇴계동)씨는 고급 의류를 서울 백화점에서 구매한 지 수년째다. 시내보다 더 다양한 상품이 있어서다.
개인으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지역경제에는 '심각한 위협'이다. 한국은행이 신용카드 이용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지역별 '역외 소비율'을 보면 강원도는 2014년 46.6%로 5년 새 8% 늘어났다. 온라인 쇼핑으로 연간 7,000억원이 지역에서 유출됐다.
지역의 돈을 빨아들이는 대형마트의 진출도 거세져 2002년 3개에서 2014년 18개로 늘어났다.
■사라지는 은행 점포=2003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 은행의 지점 수는 늘어났지만 강원도는 예외다. 2003년 102개에서 2013년 85개로 줄었다. 지방은행인 강원은행이 1999년 당시 조흥은행에 흡수합병되면서 퇴출됐고, 시중은행들도 도내에서 점포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도내 예금은행의 여수신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 1.3%로 1997년 1.9%, 1.7%에 비하면 낮아졌다.
김진기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에서 수신된 자금이 지역의 대출로 이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봤다.
■자라지 못한 강원경제=지역자금이 유출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지역기업이 원자재 등을 타지에서 구입하거나 외지 대형건설사가 분양대금을 본사로 송금하는 사례도 해당된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돈만 한 해 3조8,000억원(2014년). 돈이 지역에서 돌지 않으면서 강원경제는 인구 비중(3%)만도 못하게 됐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7년 3.2%에서 2008년 2.5%로 줄어든 이후 현재까지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돈보다 더 중요한 사람도 빠져나갔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강원도의 노동력 역외 유출률(29%)이 유입률(27%)보다 높았다.
돈과 사람이 빠져나가며 가장 고통받는 것은 지역의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권역별 신용카드 가맹점의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도내 가맹점 매출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인구, GRDP 비중에도 못 미치는 1.8%로 나타났다.
신하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