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풍경 오롯이 … 2010년 벽화길 꾸며
90여점 스토리 벽화·바람개비 언덕 인기몰이
캐릭터 상품·먹거리 개발 박물관 개관 등 계획
가난한 사람들의 기항지였던 묵호등대마을은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남쪽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피해 검은 묵호(墨湖)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다시 그 가난을 피해 분탄처럼 휘날려 어떤 이는 바다로, 어떤 이는 멀고 낯선 고장으로, 어떤 이는 무덤 속으로 떠났다. 가끔은 돌아오는 이도 있었다. 문득 무언가 서러움이 북받쳐 오르거나, 바다가 그리워지거나, 흠씬 술에 젖고 싶어지거나, 엉엉 울고 싶어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술과 바람의 묵호를 찾았다.
동해시 묵호등대마을은 1960~1970년대 풍경이 오롯한 달동네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41년 어업전진기지인 묵호항이 개항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주민들은 명태와 오징어를 담은 고무 함지박을 지게에 지거나 머리에 이고 고단한 육체를 이끌고 마을에서 가장 높은 묵호등대 주변 덕장을 오르내렸다. 흙길은 함지박에서 흘러넘친 물로 늘 질퍽거려 장화를 신고 다녀야 했다. '마누라나 남편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말도, 논골이라는 지명도 길이 논처럼 질퍽거린 데서 유래됐다.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은 2010년 마을생활문화를 전승하기 위해 국고공모사업으로 시작된 문화예술프로그램이다. 마을문화공동체 정착을 목표로 동해문화원에 의해 7년째 진행하고 있는 커뮤니티 아트의 대표적인 사례로 총 4개의 길로 구성돼 있다. 논골 3길 벽화는 '묵호의 과거', 논골 1길은 '묵호의 현재', 등대 오름길은 '희망과 미래', 논골 2길은 '모두의 묵호, 시간의 혼재'가 각각의 주제다.
특히 논골 2길에 조성된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고단한 삶을 마다하지 않던 지게꾼 아버지의 모습, 어딘가 숨어 있는 골목길 놀이터, 극장, 문방구와 숨바꼭질 등 유년 시절의 추억, 비눗방울에 비친 묵호의 현재와 미래, 어족자원의 감소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낚시꾼의 과거와 현재 등은 관광객의 눈길과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논골담길 프로젝트를 통해 90여점의 스토리 벽화와 바람개비 언덕 조성으로 창조도시 골목으로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 마음이 복잡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활력을 되찾아 돌아가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생과 가족 나들이객에다 인기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증가하고 커피숍과 펜션이 들어서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묵호등대마을 정상에 최근 3곳의 커피숍이 문을 열고 등대 오름길 입구에도 10여 곳의 커피숍과 10여 곳의 펜션, 24시간 편의점 등이 새롭게 영업을 시작했다. 주변의 횟집 관계자는 “논골담길이 알려지면서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거나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게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동해시는 복잡한 골목길에서 관광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갈림길 등 주요지점 30곳에 골목길 안내벽화와 그네, 의자 등 편의시설 12개를 설치한 데 이어 그림 지도를 설치했다. 매년 하나씩의 지붕 없는 갤러리를 새롭게 준비하는 논골담길, 때론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서 길을 헤매더라도, 가파른 담 길을 오를 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더라도 논골담길은 성장하고 진화한다.
동해시와 동해문화원은 앞으로 캐릭터 상품 개발, 스토리에 기반한 먹거리 개발, 어촌민속미니전시관 개관, 장화박물관 개관 논골담길표 장화 시판, 논골담길 컨설팅, 논골담길 이야기&벽화 성장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연섭 동해문화원 사무국장은 “논골담길의 시간은 묵호의 소중한 유산”이라며 “지난 세월은 묵호가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시간이며 후대의 사람들이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야기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동해=박영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