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령(三水嶺)은 세 강(한강·낙동강·오십천)의 발원지가 있는 분수령으로 강원도 태백시 적각동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920m이고,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분기점이다. 이곳의 물이 북쪽으로 흘러 한강을 따라 서해로, 동쪽으로 흘러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남쪽으로 흘러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흐르기에 삼수령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또 하나의 이름이 전하는데 삼척 지역 주민들이 난리를 피해 이상향(理想鄕)으로 알려진 황지로 가기 위해 이곳을 넘었기 때문에 '재앙을 피해 오는 고개'라는 뜻으로 피재(避災)라고도 한다. 세 강의 발원지인 삼수령 아래 산등성이에 삼척 신주(神酒)를 빚는 '박병준 전통주연구소'가 있다. 술맛의 절반은 물맛이라는 신념으로 발품을 팔아 정착한 곳이 삼척시 도계읍 점리의 독골이다.
신주는 이름 그대로 신에게 바치는 술이다. 한마디로 말해 제주(祭酒)이다. 삼척정월대보름제의 천신제·산신제·해신제·사직제의 제주는 물론, 지역의 각종 제례 행사 때에도 이곳 전통주연구소에서 만든 제주가 사용된다. 전통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농업기술센터나 문화원 등의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술 빚는 법을 배우고 주로 이 연구소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설 추석 기제사 때에 올릴 제주와 주변 친구들에게 선물할 술을 함께 빚는다.
삼척 신주는 재료로 보면 귀리술이고 제조 방법으로는 이양주(二釀酒)인데 막걸리의 일종이다. 이양주는 곡물에 누룩과 물을 넣어 빚은 밑술에 다시 곡물 익힌 것 또는 누룩과 물을 넣은 것으로 덧술을 해 숙성시킨 술로 우리나라 전통주 가운데 그 종류가 가장 많다. 삼척 신주는 일반미를 고두밥으로 만들어 밑술로 하고 3일 뒤 귀리 50%, 일반미 50%로 만든 덧술을 섞어 발효실에서 60~70일 보존한 후 저온냉장고에서 다시 30일 발효해 완성한다. 꼬박 10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술 빚는 과정에서의 정성과 100일의 기다림 이후에 만날 수 있는 귀한 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술은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도 1년이 지나도록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 구수한 맛도 일품이지만 신주 한 컵에는 시중 요구르트 100병의 유산균이 담겼다니 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가. 실제로 필자가 삼척 신주를 많이 마셔봤는데 입안의 텁텁함이나 트림으로 인한 악취, 술이 깰 때의 두통도 전혀 없고, 다음날 아침 쾌변으로 그 효과를 체감했다. 이렇게 좋은 술을 혼자 마시기엔 죄짓는 것 같아 널리 홍보하는데 문제는 애주가들의 막걸리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예전의 양조장에서 이스트를 넣어 만든 막걸리에 대한 불쾌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신주를 만들고 공부하는 사람들의 홍보활동이 필요하고, 애주가들의 막걸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한 음주문화가 필수적인데 '웰빙 술'로는 삼척 신주 같은 막걸리가 제격이라고 한다. 저도수의 알코올과 각종 영양분, 유산균이 살아 있는 막걸리는 영양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본에서의 한국 막걸리 열풍도 고급화 전략을 위한 몇 가지 장치가 있었지만 결국은 보약이 되는 술이라는 점이다. 폭염의 나날이 이어지는 이 여름, 시원한 삼척 신주를 적당히 마시며 피서와 건강을 함께 챙기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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