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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불편한 진실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B. 러셀이 1901년에 제기한 집합론 상의 패러독스(Paradox)다. “집합에는 그 자신이 그 집합의 원소일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이 요지다. 결코 해괴하지 않은 안티노미(Antinomie) 현상, 그 논리에 공감하기에 러셀의 역리(逆理)·이율배반(二律背反)이라고 한다. ▼소비가 미덕이라고 믿어 권장한다. 하지만 알뜰살뜰하게 살아야 하는 현실이다. 2003년 10월17일 밤, 프랑스 파리에서 '광고 반대'를 주장하는 수백명의 젊은이가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하철을 중심으로 곳곳에 설치돼 있는 광고판을 검정색 페인트로 칠하자 '르 몽드(Le Monde)'가 대서특필했다. 이 광고 반대 시위의 본의를 밝혀내기 위해 철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등이 나섰다. 이들이 '현대 경제 체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자립적인 운동'이라는 판단에서 '마르퀴즈 그룹'을 결성, 책을 펴냈으니 '광고의 불편한 진실(국역:지성사 간)'이다. ▼그런가 하면 2007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영화 '불편한 진실'의 경고도 되새기게 된다. 미국 부통령을 지낸 환경운동가 엘 고어의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의 추세라면 100년 후 네덜란드가 지도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전미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여서 더 섬뜩하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난항, 체육계 성폭력, 택시 카풀제 논란,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내막을 헤아리기조차 어렵게 한다. 이런 지경에 법리(法理)의 표상이자 상징인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도 나타났다. 법리와 심리, 윤리를 딛고 올라선 역리 현상이 불온한 사회임을 곱씹게 한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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