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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공지천(孔之川)

퇴계(退溪) 이황의 춘천 외갓집 방문 때의 일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동네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다고 한다. 머슴에게 짚을 썰게 해 삼태기에 담아 곰짓내(공지천 옛 이름)에 넣었더니 여물로 썬 짚조각들이 모두 물고기가 됐다는 것이다. 성인(聖人)이 있는 곳에서 사는 공지어라고 생각했다. 신성한 하천, 공자(孔子)의 냇물(川)이라는 뜻으로 공지천이라고 칭했다는 설(說)이다. ▼본디 맑은 물이 흘렀던 개울이었다. 그랬던 곳이 산업 시대 도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공지천은 '오염천'이 됐다. 이 고장 출신 한수산이 1978년에 발표한 소설 '안개시정거리'에서 그 실태를 인지하게 된다. 첫 문장이 음습함을 암시한다. “나는 안개가 썩어가는 냄새에 잠을 깬다.” 안개에 휩싸여 질색하게 하는 도시를 묘사한 문장이 적나라하다. “의암댐이 생긴 이후 공지천은 8할이 똥이다.” 훗날, 작가가 본보 '작품의 고향' 시리즈 '작가의 추억' 코너에 쓴 마무리 문장으로 표현한 집필 당시 지역사회 분위기다. “막막하게 안개에 갇힌 우리들이 바라볼 수 있었던 시정(視程), 그 거리는 손목시계의 초침소리처럼 재각거리던 '희망 없음'이었다.” ▼'공지천유원지'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는 지긋한 세대는 애틋한 곳일 테다. 춘천시가 표방했던 '낭만의 도시' 그대로다. 청춘 시절의 연정과 순애보, 사유에 찬 고뇌와 치기어린 분방함이 바람에 쓸려 뒤척이는 물결처럼 말이다. 하지만 추억 이면의 공지천은 '오염의 대명사'였다. 쓰레기가 둥실거리고 악취가 코를 찌르던 검푸른 3급수였던 탓이다. ▼공지천이 '생태하천 복원사업 우수하천'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환경부가 실시한 콘테스트에서 뽑혔다고 한다. 생태복원사업을 통해 지류와 유역 전체의 수질이 개선됐고 수생태계 건강성도 회복됐다는 설명이다. 황조롱이가 날아들고 수달이 나타나는 등 생물다양성도 크게 증가했다니 기특하다. 담수지교(淡水之交)라 했다. '맑은 물의 사귐'처럼 담박하기에 가볍지 않은 시민의식이 함께 깃들기를 소원한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