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80만
기고

[법정에서 만난 세상]민사분쟁에서 웃는 당사자가 되는 법

김한빈 춘천지방법원 재판연구원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일상은 이제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할지 염려스러워지게 합니다. 법원 역시 정상적인 재판사무 수행에 곤란을 겪고 있어 혼란스러운 와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 가는 미제사건 수를 보면 우리 사회가 계속되는 이상 분쟁은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에게 법원으로 찾아오는 길은 쉽지 않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찾아오기로 하는 큰 결심을 세우셨다면 원하던 바를 얻고 돌아가셔야 할 터인데 잘못된 소송 수행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1년차 재판연구원으로서 미천한 경험이지만 그동안 기록을 검토하고 판결문 초안을 작성해 오면서 법원에 찾아오실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본인의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셔야 합니다. 법률전문가들조차도 자신이 부정한 일을 저질러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 스스로 소송 수행을 하면서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신의 사건에 과몰입해 전략적으로 소송의 승패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아붓는 모습은 오히려 제3자에게 부도덕한 탐욕가로 비춰질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항상 주변의 의견을 구하고, 특히 법률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 보며 효과적인 소송전략을 짤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아무리 큰 자산가라고 하더라도 수중에 있는 한 푼조차 부당한 이유로 빼앗겼을 때 너그러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송은 시간과 금전, 육체, 정신적인 측면에서 큰 비용이 수반되는 일인 만큼 더 신중하게 효율적인 방안을 상의하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법정에서 정의는 증거로 말해야 합니다.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법원에 현저한 사실 등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주장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될 때만 판결에서 고려할 수 있습니다. 기록을 보다 보면 같은 경험을 두고 원고와 피고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흔하게 목격합니다. 그렇다면 당사자 중 일방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문제는 한쪽이 전적으로 거짓말쟁이인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원고와 피고 모두가 때로는 증인까지 동원해 참말과 거짓말을 섞어 가며 논변하는 것이 일상적인 법정에서 역사적인 진실을 알기란 거의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은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증거에 의할 수밖에 없고, 결국 긴 서면과 오랜 시간의 변론보다 발품으로 얻어낸 증거 하나가 훨씬 더 가치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끝으로 분쟁 발생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송에는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비용을 치르고 나면 승소해도 현행 제도상 상대방으로부터 소송비용을 온전히 보전받을 수 없어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패소하게 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도급공사, 물품거래, 금전대여 등 적지 않은 돈을 다루는 법률행위에서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영수증을 누락하는 사례들을 자주 봅니다. 계약서를 썼다고 해도 표준계약서에 따르지 않거나 당사자가 임의로 자구를 수정해 분쟁을 촉발하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선제적인 법률지식의 활용과 법률전문가의 도움으로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민사분쟁에서 웃는 방법일 것입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