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범죄 작년 337건
수사과정 복잡 단속 피해
전문가들 “제도 강화 시급”
암호화폐 투기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암호화폐를 활용한 범죄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암호화폐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의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다.
2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제범죄수사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암호화폐 관련 범죄 337건을 단속하고, 관련자 537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단속한 암호화폐 관련 범죄는 2018년 62건에 불과했지만 2019년 103건을 거쳐 지난해 크게 증가했다. 검거인원도 2018년 139명에서 2019년 289명으로 매년 2배씩 늘어나고 있다.
강원경찰청이 최근 5년간 처리한 사건에도 암호화폐는 곳곳에서 등장했다.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디지털 성범죄인 이른바'n번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범죄자들은 '다크 코인'인 모네로라는 암호화폐를 사용해 이득을 챙겼다. 또 춘천지법은 스포츠 경기 승패나 득점 차 결과에 따라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300억원 규모의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에게 최근 징역형을 선고했다.
보이스피싱에서도 암호화폐가 쓰인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해외에 본거지를 둔 범죄조직이 국내 현금수거책을 통해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전달받는 방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에는 비트코인으로 송금받아 대마를 판매한 마약사범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암호화폐가 범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거래 추적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물리적인 실체가 없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를 통해 오가면 수사 과정도 복잡해 진다. 이로 인해 범죄자들이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금융 사기 범죄도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사이버범죄 전문가인 장윤식 한림대 교수는 “암호화폐가 범죄의 도구이자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관련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합의, 거래소 관리와 세금 문제 등 제도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