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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부동산 계급'

'재테크'라는 말이 유행한 지 오래다. 그래서 돈푼깨나 모으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재테크의 달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이 치켜세워진다. 물론 과거와 지금은 차이가 있다. 요즘은 '달인' 소리를 듣는 것이 과거보다 훨씬 어렵다. 경기가 나빠서다. 그런데 재테크에서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아파트 등 부동산이다. 그것을 통해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이 기쁨을 누렸고, 그 결실을 마음껏 탐닉했다. 특별한 공부나 노력 없이 '무리'해서라도 아파트 하나 장만하면 예상대로 집값이 올라주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아파트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4월 전국 아파트값은 1년 전에 비해 10.31%나 뛰었다. 아파트 중위가격도 30% 가까이 폭등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의 '똘똘한 한 채' 값은 더 올랐고, 어느 지역 아파트를 샀느냐에 따라 자산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부동산 계급사회'가 됐다. 그러니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는 다반사다. ▼올 1~2월 도내 가계대출 누적 잔액은 22조5,74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1조1,247억원) 늘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같은 시기의 대출 잔액 중 최대 규모다. 또 도내 가계대출 잔액은 2017년 16조9,285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전년 대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 빚을 빌려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빚투'와 '부동산 과열'이 대출 규모 증대로 이어진 모양새다. ▼부동산과 관련된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렸던 사람들, 빚도 자산이라며 돈을 '빌려 가라'고 잔뜩 꼬드겼던 은행, 부동산 경기 부흥으로 경제 운영을 잘했다는 점수를 따려 했던 역대 정권과 그 정권의 뒷배를 영혼 없이 보좌했던 공무원들이 책임져야 한다. 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다수의 선량하고 주변머리 없고 대출받을 배짱이나 여력도 없던 국민이 그 짐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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