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하루에 하는 거짓말은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정말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 거짓말을 색깔로 나누기도 한다. 악의가 없는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 눈가림의 뻔한 거짓말은 ‘새빨간 거짓말', 죄를 숨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거짓말은 ‘새카만 거짓말'이라고 한다.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한 거짓말은 ‘무지갯빛 거짓말', 연인에게 하는 거짓말은 ‘핑크빛 거짓말', 아이들의 귀여운 거짓말은 ‘노란 거짓말'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에서 주인공 장발장은 19년 동안 징역을 살고 감방에서 출소한 뒤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잠을 재워주고 먹을 것을 준 미리엘 신부의 은촛대를 훔쳐 달아나다가 붙잡힌다. 미리엘 신부는 경찰관에게 자신이 은촛대를 장발장에게 준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 장발장을 무혐의로 풀어주도록 한다. 누군가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준 신부의 거짓말은 어떤 색일까. ▼‘물의 도시' 춘천이 최근 수돗물 대란으로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춘천시는 여러 차례 내일이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정작 1주일이나 지나서야 지켜졌다. 물론 내부의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있었겠지만, 시민과의 약속 이행이 늦어지면서 행정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그리고 비난의 수위도 거세졌다. 정권이나 지자체, 공공기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그 신뢰는 약속을 제대로 지킬 때만 얻을 수 있는 무게를 지녔다. ▼나폴레옹은 “약속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역설적인 말이 나온 것은 약속을 실천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가급적 맹세를 삼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철학자 사르트르는 “약속은 자기구속”이라고 했다. 설사 약속 불이행에 따른 어떤 책임은 지지 않는다 해도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짐으로 남아 있게 된다는 의미다.
장현정부장·hyun@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