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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간첩 낙인 3천여명 어민들 恨, 정부가 풀어 줘야

분단 후 1980년대까지 459척 3,468명 납북

귀환 이후 반공법 등 위반으로 처벌받아

철저한 조사로 억울한 누명 벗겨줘야 할 때

정부는 납북 후 귀환한 동해안 어민들의 한을 풀어 줘야 한다. 이들은 억울하게도 간첩 누명을 쓰며 삶은 산산조각이 났다. 분단 이후 1980년대까지 동·서해상에서 북한에 의해 납치된 어민들의 실태와 현황은 국방, 치안, 인권 등이 모두 열악했던 당시의 시대상으로 인해 명확하지 않다. 다만 1987년 치안본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459척, 3,648명이 해상에서 납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65척 1,527명이 강원도 동해상, 294척 2,121명은 서해상에서 납북됐다. 그러나 귀환 이후 반공법, 수산업법 등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강원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기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납북어부에 대한 피해조사를 벌였으나 매듭을 짓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지난해 말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는 다시 한번 납북어부들의 피해조사에 나선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국가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납북 후 귀환한 어민들의 삶은 달랐다. 강원지역 납북어부 158명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59.5%에 달하는 94명이 귀환 후 수사기관에 연행됐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75명은 수사기관에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고 70명은 고문, 39명은 협박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들의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의 누명까지 뒤집어쓰며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본인들은 물론 연좌제로 인해 가족들까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누릴 수 없는 형편이었다. 분단과 엄혹한 시대의 독재가 낳은 ‘유산'이다. 납북어부 총 3,648명 중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인원은 46명에 불과하다. 귀환한 납북어부를 간첩으로 몰고 폭력적으로 인권을 유린한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의심받는 행위다. 누구든 인간으로서 국가의 부당한 간섭 없이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고, 그런 권리가 침해되면 개인이 인권을 걸고 자기 이름으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특히 유엔은 2005년 국제인권법이나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은 국가나 법인,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진다고 선언했다. 국제사회가 인권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국가가 납북 후 귀환한 어민들의 명예를 회복해 줘야 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가 개인의 권리 행사를 대신할 수 있다거나 포기시킬 수 있다면 그런 체제는 전체주의다. 국민, 영토, 주권이라는 국가의 3요소 가운데 국민이 사라진 체제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납북 후 귀환한 어민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에서 비롯된 인권을 향한 걸음이자 세계가 공감하고 격려하는 옳은 방향이다. 정부는 귀환 납북어민들의 고통이 독재정권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이라며 방기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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