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 전환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고 8월부터 거리두기를 완화한 싱가포르가 일일 확진자 3천명을 넘어서자 당국은 이달 중순까지 한 달간 식당 내 취식 및 모임 허용 인원을 5명에서 다시 2명으로 원위치시켰다.
그러나 국민 80% 이상이 백신을 맞아 무증상·경증이 대부분이고, 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극히 적었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 기조를 바꾸지는 않았다.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한 달간 신규 확진자 6만8천147명 중 98.6%가 무증상 또는 경증이다.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은 0.2%였다.
인구 545만명인 싱가포르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지난 15일 현재 84%를 기록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15일부터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덴마크,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8개국에서 오는 이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시 격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한국과는 내달 15일부터 무격리 입국을 시행한다.
국가별 방역상황을 보면, 말레이시아는 올해 5월부터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이동제한령을 발령하는 등 강한 규제를 취했다가 이달 들어 정상화하는 중이다.
일일 확진자 수는 8월 26일 2만4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해 이달 3일부터는 1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6일 신규 확진자는 6천145명, 사망자는 63명이었다.
16일 기준으로 성인 인구 대비 백신 접종 완료율이 91.4%(전체 인구 대비 67.8%)에 달한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건강상의 이유로 백신접종을 받지 못하는 국민은 괜찮지만, 본인의 선택으로 백신접종을 거부한 이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접종 완료자에 대해서는 쇼핑몰 입장, 외식을 허용하고 주를 넘나드는 이동을 허용했다.
전체 국민의 백신접종을 의무화하지는 않지만, 교사를 포함해 공무원에 대해서는 11월부터 백신접종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내년 전면 등교를 목표로 12∼17세 청소년에 대한 예방접종을 시작했고, 이달 초부터 보건의료인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추가 접종(부스터샷)도 하고 있다.
태국도 하루 2만명 이상이던 신규 확진자가 1만명 안팎으로 내려오면서 식당 내 취식 가능 인원수를 늘리고,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의 운영도 사실상 정상화하면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태국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2019년 약 4천만명에 달하던 관광객이 670만명으로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로 1998년 외환위기(-7.6%)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내달 1일부터 재개방 결정에 따라 미국, 중국, 영국, 독일, 싱가포르 등 5개국에서 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들이 격리없이 입국할 수 있다.
베트남도 조심스럽게 '위드 코로나'로 전환 중이다.
수도 하노이시는 지난 14일부터 음식점 내 식사를 비롯해 호텔 영업 및 대중교통 운행을 허용했다.
하노이는 지난 7월 24일부터 두달 가까이 코로나19 4차 유행을 억제하기 위해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방역 조치로 인해 극도로 침체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단계적 일상 회복에 나섰다.
베트남은 다음 달부터는 백신을 맞은 외국인들에게 휴양지인 남부 푸꾸옥을 개방한다.
인도네시아도 일부 관광지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5∼7월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 자카르타 등 주요 대도시의 외식을 금지하고, 쇼핑몰과 영화관 등을 일시 폐쇄했었다.
하지만 일일 확진자 수가 7월 15일 5만6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해 최근 1천명 안팎을 오가자 14일을 기점으로 한국 등 19개국의 백신접종 완료 외국인 관광객에게 발리, 빈탄, 바탐섬을 개방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4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일절 금지했었다.
이 때문에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5%대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07%를 기록,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후퇴했다.
동남아 일부 국가들이 속속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국경 문도 열고 있지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태국은 35% 안팎, 인도네시아는 약 22%, 베트남은 18%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초강력 방역 조치로 지난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2.3%)을 달성한 만큼 확진자 '제로'를 목표로 엄격한 방역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중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만6천522명이고, 사망자는 4천636명이다.
올 들어 광저우(廣州), 난징(南京), 장자제(張家界), 샤먼(廈門) 등에서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대규모 감염 사태는 없었다.
해외 입국자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격리 의학관찰'이라는 이름으로 3주간 시설 격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 대해 격리 의무를 면제하지만, 중국은 예외가 없다.
공항 도착과 동시에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한 뒤 격리 숙소로 이동해 방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격리 기간 최소 4차례 이상 PCR 검사를 하고 모든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숙소를 벗어날 수 있다.
당국은 백신 접종은 자발적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백신을 맞지 않으면 자녀의 학교 입학을 유예하는 등 사실상 강제 접종 방식을 채택했다.
위건위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백신 누적 접종은 22억2천550만 도스로 중국 인구의 70%가 백신 접종을 마친 셈이다.
안후이(安徽)성, 푸젠(福建)성, 후베이(湖北)성 등 코로나19가 재확산한 지역에서는 최근 면역력 강화를 위한 부스터 샷(추가 접종)도 시작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도시 자체를 봉쇄하고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해 숨어 있는 감염자를 찾아낸다.
지난 7월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확진자가 잇따르자 중국 정부는 930여만 명 난징시민을 대상으로 무려 7차례의 PCR 검사를 실시했다.
최근 베이징 당국은 홍콩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1명 발생했다는 이유로 홍콩 대표가 오는 23~3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조차 불허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등 최고 지도부가 머무르는 베이징은 중국에서도 가장 엄격한 코로나19 확산 억제 정책을 펴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제안했다가 곤욕을 치른 전문가도 있다.
중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로 꼽히는 장원훙(張文宏)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감염내과 주임은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주장했다가 다른 전문가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뒤 "현재의 방역 정책이 가장 적합하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