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문화일반

[가요 속 강원도]7080세대 감성 흔들던 명곡들 원주서 태어나다

(13) 원주 출신 작사가 박건호

3천여곡 작품 한국 가요사 남아

경제 개발에 짓눌린 영혼 위로

매년 원주서 선양사업 활발

최진희의 ‘그대는 나의 인생', 조용필의 ‘단발머리'와 ‘모나리자', 민해경의 ‘내 인생은 나의 것', 이수미의 ‘내 곁에 있어주', 나미의 ‘빙글빙글', 김종찬의 ‘토요일은 밤이 좋아',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이용의 ‘잊혀진 계절'….

7080세대 영혼의 감성을 흔들던 주옥같은 명곡이다. 그렇다면 이 노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원주 출신 박건호(1949~2007년·사진) 작사가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이다.

박건호는 작사가이자 음유시인이었다. 1969년 서정주의 서문이 실린 시집 ‘영원의 디딤돌'을 펴내며 시인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작사가 데뷔는 1972년 박인희가 부른 가요 ‘모닥불'의 가사를 쓰면서다. 박인희는 이 노래로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다. 이후 작사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3,000여 곡의 작품을 남겼으며, 하나같이 대한민국 가요사에 남을만한 명곡들이다. 그의 노래는 7080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청량제였고, 힐링이었다. 경제개발에 짓눌린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매개가 됐다.

그는 1982년 KBS 가요대상의 작사상, 1985년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아름다운 노래 대상, 1985년 국무총리 표창 등을 받으며 작사가로 인정을 받았다.

유명 작사가로 활동했지만 그는 시를 놓지 않은 문인이었다. ‘타다가 남은 것들'과 ‘고독은 하나의 사치였다', ‘추억의 아랫목이 그립다', ‘기다림이야 천년이 간들 어떠랴'. ‘그리운 것은 오래 전에 떠났다' 등의 시집을 내놨고, 에세이집 ‘오선지 밖으로 튀어나온 이야기'로 자신의 여정을 글에 담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삶은 안타깝다. 긴 투병 끝에 2007년 12월9일 작고했다.

박건호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그의 고향인 원주에서는 기념사업회가 구성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무실동에 박건호공원이 조성됐고, 그곳에 그의 작가주의를 일깨우는 노랫말비가 세워졌다. 2010년부터 매년 가을이면 박건호가요제가 열리는 등 선양사업이 활발하다.

시대를 넘어 주옥같은 명곡을 남긴 박건호가 원주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허남윤기자 paulhur@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