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경제이슈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인플레이션 이슈일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미국의 경우 6월 9.1%를 찍어 화들짝 놀라게 하더니 8% 아래로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고, 인플레이션과는 거리가 멀던 유럽도 10%에 가까운 물가 상승에 재빨리 고강도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7월 6.3% 고점 후 두 달째 5%대에 머물고 있으며, 연간으로도 5%대 상승이 예상된다. 강원지역은 어떠한가. 강원 역시 7월 7.6%로 24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후 두 달 연속 6%대 상승을 보이고 있다.
이같이 가파른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무엇일까? 잘 알려진 대로 세계적 공급망 교란에 의한 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에 코로나 후 수요회복이 겹친 것이 일차 원인이다. 여기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조치 등으로 공급충격이 더해지고,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연쇄 촉발된 임금인상 요구가 다시 물가상승 기대를 자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엔 미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으로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서 전세계 수입물가까지 오르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더라도 쉽게 낮아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강원지역의 물가 역시 전국,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므로 당분간 높은 수준의 상승이 예상된다. 그런데 흐름은 그렇다 치더라도 상승폭이 전국 평균에 비해 약 1%p 가량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가격상승이 컸던 석유류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점을 들 수 있다. 소비자물가 편제상 품목별 가중치는 가계동향조사의 항목별 소비지출액 등을 기초로 산정한다. 보통 수도권에 비해 대중교통편이 열악한 지방일수록 대중교통 항목 비중이 작고 석유류 지출비중이 크게 나타나는데, 강원은 다른 지방에 비해서도 석유류 가중치가 높아 유가상승기에 특히 취약하다. 다음으로 주목할 요인은 최근 계속되는 농축산물 작황부진에 따른 가격상승이다. 강원지역은 농축산물이 GRDP와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20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생산 부진 및 식료품 공급충격의 영향 등으로 이 부문의 가격 상승폭이 컸던 점도 강원지역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물가를 분석할 때 석유류나 농축산물 같은 ‘비근원품목’보다는 외식비나 내구재 같은 ‘근원품목’의 가격변동을 더 중요하게 본다. 이유는 비근원품목은 공급불안만 해소되면 언제든 안정될 수 있는 반면 근원품목은 경제의 기조적인 수요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강원지역 물가상승의 타지역 대비 격차도 유가가 안정되고 농축산물 공급만 개선된다면 곧 해소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러시아의 핵위협, OPEC+ 감산 등 국제정세가 고유가 지속 쪽으로 기울고 있어 비근원품목 가격의 높은 상승이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타지역 대비 높은 물가상승이 고착화되면서 지역내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다. 현재의 물가상승률보다 더 위협적인 게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왜냐하면 모든 경제주체가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을 기초로 현재의 경제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의 물가상승이 높은 이유를 잘 살피고 대응해 자칫 지역내 기대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