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그 뿌리가 깊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금 장식품이 등장한다. 이후 금은 변함없이 권위와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고대 이집트에서 금은 파라오만 쓸 수 있었다. 금화를 처음 주조한 건 소아시아의 리디아인들이라고 헤로도토스는 기록했다. 리디아인은 검은색 시금석 위에 금속을 문지른 뒤 흔적을 24개의 바늘과 비교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바늘은 금과 은, 금과 구리를 다양한 비율로 섞어 만들었고 24번째 바늘만 순금이었다. 24k의 유래다. ▼금본위제도는 1816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식민지에서 빼앗은 금이 영란은행(英蘭銀行) 금고에 산더미처럼 쌓였을 때다. 이때 영국은 그 금을 재원으로 파운드화를 발행했다. 파운드화는 가장 믿을 만한 화폐로 등장했다. 파운드화를 세계의 표준으로 만든 대영제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됐다. 이 때문일까. 금본위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전 세계 사람들은 경제가 불안하면 금을 사잰다.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실물 금을 사들이는 투자자도 급증하고 있다. 금값의 질주는 경기 침체 공포와 함께 시작됐다. 물가가 가파르게 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강도 긴축을 강행하면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4개 은행 골드바 판매가 1주일 만에 약 24억9,760만원에 달해 화제다. 그동안 금값을 떠받쳐 왔던 각국의 중앙은행도 금을 쟁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 보유고는 올 1월 74톤, 2월 52톤 늘었다. 중국인민은행이 2월 한 달간 사들인 금만 25톤에 이른다. ▼금은 경제위기를 즐긴다. 금값과 경제는 반비례한다. 불황의 나락이 깊을수록 금값은 날개를 달고 치솟는다.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찍을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금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금융·자본시장 불확실성에 있다.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도 “금을 갖고 있는 것은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금값의 경고를 흘려듣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