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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축산 농가 “5월부터 에어컨 가동” … 때이른 무더위에 비상

강릉 낮 최고 35.5도…역대 최고 무더운 5월
지난해 3만여마리 폭염 폐사, 피해액 1억여원
축산업계 "폭염 취약 농가 조기 발굴 지원 필요"

양계농가에 설치된 대형 선풍기. <사진=강원일보DB>

때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며 강원지역 축산 농가들이 비상이 걸렸다.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5월부터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전기 요금이 오르면서 경영 부담마저 커졌다.

강원도내 낮 최고 기온이 27~28도까지 오른 25일 원주시 문막읍 궁촌리의 한 축산 농가.

닭 8만 마리를 사육하는 이곳은 선풍기 뿐만 아니라 에어컨까지 냉방기 40대가 가동됐다. 밀집된 양계장은 온도가 오르기 쉽고, 양계장 안의 온도가 25도 이상 오르면 폐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농장주 안기선씨는 "에어컨은 6월 중순부터 가동하는데, 올해는 한 달 이상 빨라졌다"며 "33년간 농장을 운영하면서 5월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25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강릉의 낮 최고기온이 35.5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911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높은 기온으로 평년(18.2~24.4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가축이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사료 섭취량이 줄고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실제 지난해 강원도에서는 가축 3만 538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이로 인해 도내 43개 농가가 1억 6,000여 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축산 농가들은 폭염에 의한 폐사 위험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올해는 껑충 뛴 전기 요금이 복병이다. 2분기 농사용 전기요금이 1㎾ 당 2.7원 오르며 농가들의 부담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횡성에서 돼지 5,000여 마리를 키우는 배상권(62‧안흥면 소사리)씨는 이달부터 선풍기와 안개분무기 20여대를 밤낮으로 가동하고 있다. 배씨는 “여름철에는 전기요금만 한달에 200만원 정도 나오는데 올해는 요금도 오르고 냉방도 일찍 시작해 고지서 받기가 두렵다”고 한숨 지었다.

박영철 강원도 축산단체협의회장은 “사료값 인상과 출하 가격 인하로 축산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가축 폐사는 농가들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며 “취약농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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