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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PC주의’와 인어공주

영화계가 때아닌 ‘PC주의’ 논쟁으로 뜨겁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 실사화 영화 ‘인어공주’를 두고 터져 나오는 주장과 우려들이 그것이다. PC주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추구하는 것으로 인종이나 민족, 언어, 성(性) 등에 따른 차별적인 표현이나 대우를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에서는 원작에 있는 차별적인 요소들을 없애거나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수용하고 있다. ▼1984년 개봉된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에 나오는 3명의 남성 주인공이 2016년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4명의 여성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1997년과 2002년 개봉한 ‘맨 인 블랙’ 1, 2편에 등장하는 백인과 흑인 남성 파트너는 2019년 개봉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에 이르러서는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으로 변경되는 따위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무조건 백인 배우를 영화에 캐스팅하는 이른바 ‘화이트 워싱’이나 백인 남성 중심의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대한 반성에서 기인하지만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호불호는 늘 있어 왔다. 심지어 박스오피스 흥행 TOP 100에 오른 북미 박스오피스 영화 출연자의 성비의 분포를 장르, 인종, 연령별로 분석한 논문까지 발표됐다고 하니 미국에서 이 문제를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는 별개로 ‘원작 훼손’에 대한 우려는 항상 존재했고, 그것을 되받아치는 논쟁도 있어 왔다. 그런데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에리얼 역으로 캐스팅한 ‘인어공주’의 경우 흥행 부진의 원인을 한국과 중국의 인종차별에서 찾는 CNN의 보도 앞에서는 선을 넘은 PC주의의 광기를 느낀다. 분명 영화 속 할리 베일리의 노래 솜씨는 흠잡을 데 없지만 꼭 그였어야 했나에 대한 아쉬움은 관객에 따라 남을 수도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여주인공 홍설 역에 김고은이 캐스팅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을 때 이를 연기력으로 잠재운 것처럼 ‘인어공주’에는 그런 한 방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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