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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가계 부채 폭탄

당장 돈이 없어도 일단 ‘긁을 수 있는’ 신용카드는 편하지만 늘 과소비 문제가 따라다닌다. 다수의 신용불량자를 만들어 낸 2002~2003년의 ‘신용카드 사태’는 그 같은 부작용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 신용카드가 과소비로 쉽게 이어지는 것은 빚에 대한 감각을 떨어뜨리는 탓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가계 대출 원리금 부담 때문에 생계를 이어 가기 힘든 사람이 300만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자료를 내놨다. 이 중 175만명은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보다 많아 사실상 파산 상태였다. 한은이 가계 대출을 받은 1,977만명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을 분석한 것으로, 이 비율 70% 이상이 299만명, 100% 이상이 175만명에 달했다. DSR이 70% 이상이면 최저 생계비를 뺀 나머지 소득을 모두 빚 갚는 데 쓴다는 뜻이다. ▼‘영끌’로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고, 주식에 ‘빚투’한 이들이 많아진 것이 가계가 진 빚의 원인이다. 이자를 감당할 만한 소득이 있고 빚으로 사들인 아파트의 가격이 계속 올라주기만 한다면 전체 가계 대출이 늘어난다고 한들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 가계는 내 돈 들이지 않고 재산을 불려 나가니 좋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돈 떼일 염려 없이 이자를 챙기니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다. ▼문제는 한쪽으로 가던 시계추가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시작됐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했던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득이 늘지 않고 아파트 값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이자 부담을 버겁게 만든다. 아파트 값 상승분이 이자 부담액을 충당하고도 남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이자가 이제는 생살을 베어내듯 아프게 다가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값 구입가보다 아래로 하락하면 이자 부담의 고통은 더욱 커진다. 정부가 이제라도 가계 빚에 제동을 걸기 위해 거시적 관점에서 부동산 금융정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할 때다. 가계 부채는 사회불안의 뇌관이기 때문이다. 대박을 노린 섣부른 빚투, 영끌이 ‘쪽박’으로 돌아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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