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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강원도노인… 보이지 않는 ‘디지털 장벽’에 갇혔다

◇강원특별자치도여성가족연구원이 발표한 성인지통계 그래프.

강원특별자치도 내 노인들이 ‘디지털 장벽’에 갇히고 있다.

속초에 살고 있는 김모(여·72)씨는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딸의 집에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버스표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대부분의 좌석이 온라인 예매를 통해 매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강릉에 사는 박모(여·78)씨는 터치 스크린으로 주문하는 식당에서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음식을 시키지 못해 따로 직원을 불러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2년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농·어민의 활용 수준은 70.6점, 70대 이상은 34.6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지역에 비해 고령의 농 ·어민 비율이 높은 강원자치도의 상황은 더욱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원지역 노인들은 일상생활 속에 스며든 무인화 서비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2020 노인실태조사’에는 강원도 노인 10명 중 8명(78.8%)이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를 활용한 음식 또는 음료 주문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기차, 고속버스, 시외버스 예매가 어렵게 느껴진다고 답한 노인도 94.9%에 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대면 무인 서비스의 확대는 단순히 예매나 주문의 영역뿐 아니라 이미 생활 깊숙한 분야까지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은행 점포 수의 경우가 그렇다. 전국은행연합회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도내 은행 점포수는 2019년 510곳에서 2020년 501곳, 2021년 498곳에서 지난해에는 485곳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인터넷·모바일 뱅킹 확산과 금융권의 경비 절감에 따른 조치로 풀이되지만 도내 전역에서 ‘금융 소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안희정 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개발부장은 “디지털 배움터등을 운영해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사용법 등의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와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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