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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인터뷰]“항일 의병장의 삶, 우리 소리에 담아냈죠”

창작판소리 ‘의암 류인석 일대기'' 완창 나서는 박양순 명창

다음 달 4일 춘천문예회관 공연 앞두고 두문불출하며 연습
박 명창이 작곡·작창…“류 장군님 계셨기에 대한민국 있어”
소양강 아리랑으로 문 열고 ‘국악버전 애국가''로 마무리 눈길

◇류인석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 판소리 공연을 앞둔 박양순 명창. 김남덕기자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판소리 명창 박양순(72)씨가 또한번의 판소리 완창(完唱)에 나선다. 이미 십여년 전 도내 처음으로 5시간에 걸쳐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했고, 흥보와 놀보 등 15명의 캐릭터를 홀로 연기해야 하는 판소리 ‘흥보가’까지 완창한 경험이 있는 그지만, 판소리 전체를 혼자의 힘으로 이끌고 나가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것이 새롭게 창작해 처음으로 무대에 올릴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다음 달 4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이는 의암 류인석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판소리 공연을 앞두고 박 명창이 두문불출하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다. 기존에 연습하던 것이 아닌, 전혀 새로운 이야기의 곡으로 공연 전체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시종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그다. 그런데 그가 판소리를 위해 쏟아 부은 그간의 노력들을 듣다 보면 이내 고개가 끄덕여지기는 한다.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인 성창순 선생님의 문하생이 돼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시작했습니다. 정철호 선생님으로부터는 판소리 고법(鼓法)과 적벽가를 사사했고, 조상현 선생님께 춘향가와 심청가를 배웠죠. 박양덕 선생에게서 수궁가를 사사했구요. 그런데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까지도 선생님을 찾아뵙고 소리를 배우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판소리 다섯 마당을 매조지하며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 고법 이수자에 오른 박 명창이 소리뿐 아니라 추임새를 넣는 고수의 전문 영역까지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의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배움을 놓지 않고 있다는 말은 신선했다. 수많은 제자를 배출한 그이기에 더욱 그랬다.

창작판소리 ‘의암 류인석’은 전병진씨의 원작을 의암 류인석기념관의 목진호씨가 각색하고 박 명창이 작곡과 작창(作唱)을 책임져 완성된 것이다. 이미 김유정 선생의 생을 그린 ‘유정의 사랑’을 창작 판소리로 선보이기도 한 그에게 왜 이렇게 힘든 창작 판소리 완창에 많이 도전(?)하냐고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요청이 들어오니 저는 소리꾼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거죠.”

이번 완창 공연도 춘천문화원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에서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소리꾼이 박 명창이기 때문에 그렇다. ‘의암 류인석’ 공연이 끝나면 작창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창작판소리 공연이 그의 내년 일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3년 전 기획돼 오랜 준비작업을 이번에 빛을 보게 되는 ‘의암 류인석’ 창작판소리 완창 공연은, 이전에 보아왔던 판소리나 여느 완창 무대하고는 조금은 색다른 구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연은) 제자들이 무대에 나와 부르는 소양강 아리랑으로 문을 열게 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화면들이 무대 뒤 화면으로 보이게 되고, 퍼포먼스들도 이어질 예정입니다. 류인석 장군님이 계셨기에 대한민국이 있고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감동적인 공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엔딩곡으로 (제가) 정철호 선생님께 배운 국악버전 애국가를 관객과 함께 부르게 될 것입니다.”

그의 연습 모습을 지켜본 제자들은 판소리의 슬픈 성음으로 오열을 하는 듯한 박 명창의 모습을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니, 공연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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