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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병욱의 정치칼럼]총선 승패 가를 강원 중도층, 그들이 변했다

5개 언론사 공동 여론조사 ‘중도층’ 분석
숨기는 경향 불구 총선 입장 명확히 밝혀
27%의 중도층 중 절반 이상 ‘야당 지지’
그러나 민주당 후보 지지까지 연결 안돼
국민의힘, 후보 인지도·인물론으로 극복
중도층 잡아야 승리…여·야 전략 세워야

유병욱 서울본부장

대부분의 선거는 '중도층'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특히 요즘처럼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중도층은 자신의 정치성향을 드러내지 않는다. 특정 정당 지지를 고수하지 않고 선거 당시 상황이나 이슈, 정책에 따라 투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선거 직전까지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총선 분위기는 좀 다르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강원일보를 비롯한 도내 5개 언론사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8개 선거구 여론조사(각 500~503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를 분석해보면 총선을 대하는 강원도 중도층의 성향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강원지역 5개 언론사 여론조사. 3월22~24일 3일간. 케이스탯리서치 조사. 면접원에 의한 무선 전화면접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그 밖에 사항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그 첫 번째가 이른바 ‘정권심판론’에 대한 지지세가 높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답변한 4,005명 중 27.0%에 달하는 1,083명의 중도층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에 54.5%의 지지를 보냈다. 정부·여당 지지는 38.0%였다. 도내 8개 모든 선거구에서도 야당 지지 답변이 많았다. 특히 속초-고성-인제-양양에서는 61%가, 보수세가 강하다는 강릉과 춘천-철원-화천-양구을에서도 각각 50%, 49%에 달하는 중도층이 정권심판론에 손을 들었다.

‘조국혁신당’에 대한 선호도가 비교적 높았다는 점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비례정당 중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도내 24%의 중도층이 ‘조국혁신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중심의 야권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18.6%)보다 높았고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27.2%)와도 별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원주갑과 원주을에서는 ‘국민의미래’까지 제치고 조국혁신당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비교적 보수성향이 짙은 강원도에서 중도층의 조국혁신당 지지 바람은 이례적이다.

세 번째는 현재의 지지 후보 또는 지지 정당을 투표 전까지 바꿀 수도 있다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보통 보수나 진보에 속하는 유권자들은 한번 선택한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중도층의 경우 적게는 14%(동해-태백-삼척-정선)에서 많게는 22%(춘천갑)까지 투표 전에 바꿀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춘천갑(22%)과 원주을(21%), 강릉(21%)에서 중도층의 지지 후보 변화 가능성이 컸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민주당 국민의힘 로고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이 강원도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대부분 현역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높은 인지도와 인물론 중심의 선거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선(多選)의원이 됐을 경우의 지역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국민의힘의 논리는 효율과 실리를 따지는 중도층과 진보라고 밝힌 유권자 일부에게도 어필됐다. 실제로 자신을 진보성향이라고 밝힌 유권자 중 20%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지역구도 있었다. 따라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막바지까지 이러한 ‘인물’ 중심의 컨셉을 계속 밀고 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민주당은 중도층의 압도적 정권심판론 지지세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각 선거구별로 중도층의 야당 후보 지지 비율이 그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데이터상으로 보면 여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중도층의 경우 대부분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그대로 반영됐지만, 야당을 지지하겠다고 답변한 중도층 유권자의 3~11%는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지지하지 않았다. 여기에 일부 선거구에서는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결집도가 보수층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회의사당 전경

28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후보들은 이 기간 ‘집토끼’와 ‘산토끼’를 어떻게 내 편으로 몰고 올 것인가가 관건이다. 특히 ‘산토끼’에 포함되는 중도층의 생각을 잘 읽고 어떻게 전략을 짜느냐가 중요하다. 5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최대 20%에 해당하는 중도층 유권자들이 후보 선택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을 잡는 자가 이긴다. 누가 산토끼를 몰고 국회 입성할지 그 결정의 시간도 이제 12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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