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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달러 대비 원화 환율 1,400원선 터치…17개월 만의 최고치

美 금리 인하 기대 꺾인 여파에 중동 위기 겹쳐…위안화 약세 영향도
당국 구두개입에 상승 폭 줄었지만…"상단 1,450원까지 열어둬야"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환전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환율. 사진=연합뉴스

속보=중동사태 긴장 고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 여파로 인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7개월 만에 1,400원선까지 올라섰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이후 환율 상승 폭은 축소됐으나, 시장에서는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환율 상단을 1,45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6일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전장보다 5.9원 오른 1,389.9원에 개장해 오전 11시 31분께 1,400.0원까지 올랐다. 장 중 1,400원대에 들어선 것은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이같은 환율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과, 이란이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도 보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하고, 미국 경제 성장세가 견조하게 나타나면서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21.4% 정도로 보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 확산도 환율을 끌어올렸다.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본토에 300여기의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이후 이스라엘이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중동의 확전 우려가 커졌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증시에서 투매 양상이 나오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굉장히 강해졌다"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중동 확전 우려까지 겹치면서 달러는 더 강해지고, 원화는 약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환전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환율.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날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 고시 이후, 위안화 약세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외환당국이 오후 들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1,390원대 중후반에서 거래되던 환율은 1,390원대 초중반까지 레벨을 낮췄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2시 55분께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윤제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해 "가장 큰 요인은 달러 강세"라며 "지난 한주 달러 강세보다 원화가 더 절하된 것은 중동 정세와 관련이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상수지 흑자도 조금씩 좋아지고, 외환보유액이나 전반적인 경제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환율이 과거 위기수준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우리 경제 전반적인 상황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정희 연구원은 "그다음 고점은 1,420원과 1,450원인데 일단 상단은 1,45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에서도 대응은 하겠지만, 지금은 펀더멘털보다도 불안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역외 매수가 강하게 들어오는 상황이라 특정 레벨을 막아내거나 하는 개념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환율 수준이 이미 과도하게 높은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정훈 연구위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인플레이션 지표, 경제지표, 지정학 리스크, 글로벌 주요 통화 약세 움직임 등 나올 수 있는 정보가 다 나온 상황이라고 본다면 며칠 후 되돌림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통해 매일 상황을 점검하고 금융·실물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시장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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