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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유병욱의 정치칼럼]초선 유상범이 국민의힘 비대위에 발탁된 이유

초선에도 21대 국회 4년간 보직만 10여개
검찰 출신답지 않게 두루 소통, 정치력키워
尹대통령과도 20여년 인연, 친윤으로 부상
현안 질문에도 적극 대응해 언론섭외1순위

유병욱 서울본부장

국민의힘 유상범(홍천-횡성-영월-평창)국회의원이 지난 4년간 국회와 당에서 맡았던 보직만 10여 개에 이른다. 더욱이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한 여당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에까지 발탁됐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지도부에까지 들어간 것이다. 초선의원에게 이렇게 많은 역할을 맡기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사실 유상범 의원의 비대위 합류는 당내에서 일찌감치 거론됐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위원 인선을 위해 당 내외에서 의견 청취를 할 때, 가장 많은 이름이 나온 것이 유상범이었다. 의원들과 소통이 가능하고 대통령실과도 의견 교환이 가능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 의원은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원내부대표, 윤리위원회 부위원장, 법률자문위원장, 수석대변인 등을 지내는 등 빠르게 당 중심부로 진입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재선 이상이 맡는 국회 법사위원회 간사와 정보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면서 무리없이 역할을 수행, 호평을 받기도 했다.

유상범 의원은 많은 당직을 거쳤다. 사진은 2023년 3월13일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된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여의도에서는 그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중용되는 이유에 대해 ‘의외로 정치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굳이 ‘의외’라는 단어를 붙이는 까닭은 일반적으로 검찰 고위직 출신이 정치권에 들어오면 소위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기가 쉽지 않은데 유상범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選數)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는 국회 내에서 그는 다선 의원들과도 원만히 소통해왔고 의정활동도 인정받았다.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여당 간사로 나선 그가 야당 동의까지 받아 공수처장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도 그가 당내에서 빠르게 자리 잡는데 한몫했다. 1999년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이후 20여 년간 인연을 맺어왔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입문을 고민할 때 당시 직접 전화를 걸어 상의했던 사람 중 한 명이 유상범이란 사실은 정치권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지금까지 ‘친윤’으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상범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20여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2021년 6월3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당시 전 검찰총장이 국회를 방문, 유상범 의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장면.

지역에서도 그의 정치력은 인정받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그는 당 내부 공천 기준을 토대로 큰 잡음 없이 후보들을 결정했다. 지역구인 홍천, 횡성, 영월, 평창 군수 후보의 경우 모두 경선을 치르면서도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낙선자 이탈을 방지,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군수로 당선시켰다.

이번 총선 전인 올 3월에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 당시 당내 후보 경쟁을 벌이다 관계가 멀어진 박선규 전 영월군수도 만나 오해를 풀었다. 유 의원 고향에서 3선 군수를 지낸 인사를 우군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텃밭을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결국 그는 지역구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돼 그의 정치력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유 의원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이다. 정치를 주제로 하는 시사 프로그램의 작가들 사이에서 유 의원은 섭외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다선 의원이라도 어느 정도 레벨이 돼야 출연 요청을 하는데 초선인 유 의원에게 러브콜이 많다. 이유는 한가지다. 민감한 현안들에 관한 질문에도 피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의견을 밝히다 보니 언론사 입장에서는 인터뷰 내용 자체가 새로운 뉴스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유상범 의원은 언론쪽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직접 출연해 인터뷰를 하는 장념.

국민의힘에서도 유 의원의 이러한 적극적인 언론 대응에 긍정적이다. 누군가는 언론을 통해 당의 입장을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지만 상당수 의원이 꺼리는 상황에서도 그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 당에서는 5월30일부터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도 그의 활용법을 두고 고민 중이다. 특히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보니 당내에서는 정치력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상범을 법사위 간사로 보내 맞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않다고 한다. 유 의원은 22대 국회에서는 건설교통위원회로 가 지역 현안을 챙기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의 뜻대로 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도 출신 국회의원들의 역량이 뛰어나 소속 정당과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당의 필요성에 의해 차출돼 지역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 의원도 당과 지역을 두루 챙길 수 있는 효율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그의 정치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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