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지자체들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운영 중인 ‘면허 자진 반납 제도’가 겉돌고 있다. 반납자 대부분이 최근 1년간 운전을 하지 않은 이른바 ‘장롱 면허자’이기 때문이다.
26일 본보가 고령자 면허 반납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시·군을 취재한 결과 반납자의 80%가 ‘장롱 면허자’였다. 홍천군의 경우 지난해 반납자 189명 중 최근 1년간 운전한 실제 운전자는 32명(17%)에 그쳤고, 철원군도 130명 중 25명(19%)에 불과했다. 차등 없이 지급하는 속초시도 지난해 반납자 150명 중 실제 운전자는 30명(20%)정도였다. 춘천, 강릉 등 대부분 지자체는 실제 운전자, 장롱 면허자 구분 없이 인센티브를 지급 중이어서,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운전자 면허 반납이 미미한 가장 큰 이유는 ‘생계형 운전자’가 많은 점이 꼽힌다. 농업 종사자가 많고 교통이 열악한 군 단위 지역에서는 “면허 반납은 생계를 포기하란 의미”란 분위기다.
양구의 농업인단체 회장인 김연호씨는 “자택에서 농장까지 이동, 자재 및 수확물 운반, 인력 수송을 하려면 차량이 있어야 한다. 차량이 없으면 농사는 못 짓는다”며 “80대 어르신도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춘천, 원주, 강릉의 택시업계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다.
정부가 지난 21일 “보행자 등의 교통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고령자 운전 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우려와 반발이 쏟아지는 이유다.
고령 운전자들은 연령을 기준으로 반납을 유도하거나 제한을 두는 제도 보다는 운전자 스스로 인지 기능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건실 강원도노인회장은 “면허 반납 시 10만~30만원씩 인센티브가 있어도, 이동성이 떨어지거나 생활에 불편이 크다면 반납을 미룰 수 밖에 없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교통지원대책이 있어야 실제 운전자 면허 반납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