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출신 김우영 국회의원은 이미 강원 정가에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출향 인사로 서울 은평구청장을 두 번 역임했고,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릉시장 선거에도 출마했다. 총선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서울로 출마 지역구를 바꿔 지역 정가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22대 국회에 입성한 김우영 국회의원을 지난 1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났다.
대담=유병욱 서울본부장
■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이재명 당 대표의 정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됐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이재명 대표의 정무적 판단을 참모로서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의원회관 대신 당 대표실이 있는 국회 본청에 주로 머물며 수시로 소통하는 편이다. 이 대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둘다 자치단체장 출신이다 보니 일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실용성과 속도를 중요시한다. 다만 이 대표는 상당히 꼼꼼한 편이다. 저는 통찰 또는 직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이 대표는 디테일을 강조하면서도 상당히 혁신적 사고를 많이 한다. 배울점이 많다"
■ 자치단체장에서 국회의원이 됐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자치단체장은 생각한 바를 곧장 실천할 수 있다. 은평구청장 시절 반지하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반값 원룸 정책을 펼쳤다. 11명의 어르신들이 6평정도 되는 원룸에서 각자 생활하면서 낮에는 건물 내에 있는 경로당에 모여 시간을 보냈다. 이런 식으로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일들을 계획하고, 예산을 투입해 실행해서 성과를 내는 재미가 있었다. 반면 국회의원은 말하는 데 취미가 있어야 할 것 같다.”
■ 무슨 뜻인가=“(웃음)야당 의원으로서 현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정감사나 정책질의에서의 견제와 비판은 모두 말로 하는 것이지 않나. 예산심사 권한은 있지만 반영시키고 싶은 예산을 넣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좀 효능감이 떨어진다.
다만 국가 전반에 걸쳐 시야가 넓어지고, 국가 권력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같이 다룬다.
국회의원 비서부터 시작해서 14~15년을 보좌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낯선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국회의원이 됐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 가까이에서 본 이재명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 "저는 시대가 리더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위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경제 불황기에 전체적으로 다 어렵지 않나. 경제를 제대로 알고, 국민들에게 실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정책 전문성과 실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시대가 다시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총선 때도 분명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강한 야당 리더로서 생존력을 증명했다. 앞으로 연금개혁과 세제 개편, 민생회복 자금 등 그런 부분에 있어서 효능감 있는 정책들을 잘 만들고 구사하면 국민들이 진면목을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 민주당 강원도당 위원장을 맡아 강릉에서 총선 출마준비를 하다가 서울 은평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섭섭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는데="2년 전 강릉시장 선거에 출마를 했고, 다음 총선에서의 인지도 제고 등을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정치적 상황이 변했고, 고민을 시작했다. 정당의 변화를 외곽에서 추동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 흐름을 놓치고, 개인적으로 강릉에 남을 것인가도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대선에 실패하고 윤석열 정부의 난맥들을 겪으면서 일단 대국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지역주의나 개인의 사적 공명심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야당을 혁신하고 개혁해서 새로운 집권 가능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은평 출마를 결심했다.
다만 고향을 떠나온 것이고 거기에 대한 비난과 무책임하다는 비판은 달게 지고 가겠다"
■ 지난 총선에서 강원도는 8석 중 2석밖에 얻지 못했다. 전직 도당위원장으로서 2년 뒤 지방선거에 대비한 전략이 있다면=" 본질적으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견제만으로는 강원도 정치에서 민주당이 열세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대안은 안보나 통일, 강원과 관련된 이슈에서 민주당이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우선 보수가 선점했던 외교 및 안보 분야에서 민주당이 그 이상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도균 속초-인제-고성-양양 지역위원장은 9·19군사합의의 주체 중 한 명이고, 이런 분들이 지역에 민주당의 목소리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이번에 임명된 여준성 원주시지역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정책을 총괄했던 장관 보좌관,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상당히 유능한 복지정책 전문가다.
이런 분들이 현역의원과 시너지를 내서 다음 지방선거 때 중요한 선거 전략들 제시한다면 우리에게 유리해질 수 있다. 2년뒤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임기 막바지기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좋은 성과를 냈던 2018년 지선 당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강원도당위원장도 곧 선출되는데 ="기본 원칙은 당원들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후보에게 부담을 적게 주면서 경쟁에 의한 당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 나가는 것이 당원 주권시대에 어울린다. 현역, 비현역은 중요하지 않다"
■ 관심을 갖고 있는 강원도 현안이 있는지="원전 재추진 등은 시대 역행적이고 후진적인 정책이다. 청정 강원도 이미지도 현격히 훼손시킨다. 특히 안인 발전소는 아시아 최대 발전소로 지어놓고도 송배전에 문제가 있어서 효용성을 발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하게 한 정책 책임자가 참 안타깝다.
요즘은 KTX나 SNS를 통해 지역과 서울이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숙원 사업들을 강릉 출향 인사들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다. 정서적 거리감이 크지 않은만큼 나름의 특장점을 잘 살려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희망해 해당 상임위에 배정됐다. 상임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윤석열 정부 출범 후 R&D 예산 삭감이라든가,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정책들 때문에 과학기술 분야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해당 분야 연구원들의 처우도 취약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인재들이 한국에 정착을 못해 국가 발전에 중대한 결함이 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우선 살펴보고 싶다.
또 뇌 과학, 인공지능, 로봇 등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인간을 이롭게 하는 일에 힘쓰고 싶다"
■ 22대 국회에서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혼자서는 많은 일을 할 수가 없다. 민주당이 실용적·혁신적 정당으로 한층 더 거듭나서 국정을 다시 맡고, 대한민국이 봉착해 있는 위기와 국정 난맥상을 타파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4차산업혁명에 대한 적극적 대응, 신재생 에너지 등 개척가형 국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다"
■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세종대왕은 장영실을 발탁해 실용적 과학기술 혁명을 이뤘다. 보수·진보라는 기존 관성의 틀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그것이라고 본다. 실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런 정치를 하고 싶다.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미래 예측을 기반으로 우선 투입해야 할 것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역동성 있는 나라다. 정체되는 걸 용인하지 않는다. 유권자들도 빠른 속도로 반응한다. 그런데 우리의 법 체계는 창의성이나 적응성을 발휘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법에 된다고 명시돼 있는게 아니면 못하는 거다. 적어도 과학기술 분야만큼은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실험 활동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법 체계를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 기술계와 공감대를 넓혀서 이를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리=원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