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무장지대 내 최전방 초소(GP).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 공간의 적막은 아직도 6.25전쟁이 일어났던 그때의 시간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 하다. 당시 GP에서 군 복무를 했던 허남문 작가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당시의 시절을 떠올리며, 오는 12일까지 원주 갤러리원에서 ‘DMZ’를 주제로 초대전 펼친다.
숲 속 덩그러니 놓인 철모에는 총알이 뚫고 지나간 흔적이 가득했다. 험난했던 전투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만큼의 모습 속, 구멍과 구멍 사이에는 한 송이의 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허 작가는 그때 결심했다. 이름도 없이 죽어간 병사들의 흔적과 아픔을 치유하며, 그들의 앞에 꽃 한 송이 선사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것. 이에 그는 당시 전쟁의 상흔을 환기해 철모를 소재로 한 작업에 몰두했다. 전쟁에 대한 자료 수집부터 구하기 어려운 철모를 구하러 다니며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넓혀 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전쟁의 모습을 상기 시키고자 철모를 나란히 배치하는 등의 설치 작업물을 비롯해 유년시절 한지 제조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 밑에서 보고 자라 익숙한 한지로 만든 작품까지 선보였다. 게다가 6·25전쟁 당시 전사해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병사들을 추모한다.
허남문 작가는 “나의 작품들은 인간의 원초적 교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생각과 생각 사이에서 마음의 치유로 접근한다”며 “그들의 소망은 전쟁 없는 인류의 자유로운 평화를 염원할 것이다. 아직도 산야에 잠들어있는 영웅들을 부모와 형제들이 기다리는 조국으로 하루빨리 보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