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강원 지역 수험생의 성적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었다. 수학 영역은 2022년 수능 이후 4년 연속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고, 국어는 전국 15위에 그쳤다. 이로 인해 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학력 향상 정책 전반에 대한 의문과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강원학생성장진단평가’에 대해 경쟁 교육을 부활시키고, 학생 간 서열화와 비교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평가야말로 학력 격차를 해소하고, 학생별 맞춤형 지원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핵심적인 정책적 시도라고 확신한다.
병원에서 진단 없는 처방이 있을 수 없듯, 교육에서도 개별 학습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 없이 효과적인 지원은 불가능하다. 학생성장진단평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국어, 수학, 영어뿐 아니라 정서·심리 영역까지 폭넓게 진단하며, 단순한 점수 측정이 아닌 학생의 전반적 학습 상태와 발달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평가다. 올해 평가의 학교 신청률은 96.65%, 학생 신청률은 86.61%에 달했다. 이는 2022년 최초 시행 당시 각각 60.62%, 45.14%였던 신청률에 비해 눈에 띄게 상승한 수치이며, 평가가 교육 현장에 점차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는 일부의 시선은 교육을 마치 버튼 하나로 결과가 즉시 출력되는 자판기처럼 단순한 시스템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초학력은 건물의 주춧돌과 같다. 허술한 땅 위에 급하게 지은 건물은 쉽게 무너지지만, 긴 시간 공들여 다진 기초 위에 세운 건물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가 쌓고 있는 변화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설계도의 일부일지라도, 그 기반이 단단할수록 아이들의 성장은 더 높고 멀리 뻗어 나갈 것이다.
지금의 평가는 단기적인 결과보다 향후 방향을 가늠하고 조기에 학습 결손을 보완하기 위한 중간 점검의 의미가 크다. 평가를 통해 학생의 취약 영역은 조기에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으며, 강점은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축적된 데이터는 학교 간, 지역 간의 학력 격차를 분석하고 정책적 해법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이 평가는 줄 세우기나 비교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학생 각자의 출발점과 속도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성장 경로를 설계하기 위한 교육적 도구다. 말하자면 이 평가는 ‘학력’ 그 자체보다 ‘성장’의 온도를 재는 종합 진단이다. ‘학력 너머, 성장의 온도를 잰다’는 철학이 바로 이 평가의 출발점이자 궁극적 목표인 셈이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의 시도는 ‘공부하는 학교’를 넘어, ‘성장하는 학생’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본 의원은 도의회 교육위원으로서 이 정책의 방향성과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도교육청이 외부의 일시적 비판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다지고 있는 기초는 언젠가 강원 교육을 떠받칠 단단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 믿는다. 평가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믿음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