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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강원인물 최규하](完)최규하 대통령 선양사업을 위한 제언

우리는 최규하 대통령을 얼마나 알고, 또 기억할까.

원주 출신 대통령이란 사실과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에 의해 내쫒긴 비운의 대통령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신군부에 의한 권력 찬탈을 막지 못했을 뿐더러 사실상 동조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그동안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입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과에 집착하기보다 생애 자체를 조명하고, 당시 시대적인 배경 등 우리 근현대사회의 아픔을 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한다. 최 대통령 선양사업을 여타의 대통령 기념사업과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 대통령의 행적은 역사다. 대한민국 제10대 대통령을 역임했고, 앞서 외무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그가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 한다. 잘한 일 만을 끄집어내 선양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규하 정신을 끄집어내 우리가 실천해야 할 과제를 설정하는 것이다.

최 대통령 기념사업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와 방향성에 대해 살펴본다.

◇원주시역사박물관 1층 '현석실'에 있는 최규하 대통령 모자이크 액자. 최 대통령의 어린 시절 사진부터 외교관으로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모아 초상화로 제작한 것이다. 원주=허남윤기자

■왜 고향 출신 대통령을 기억하는가=최규하 대통령은 건국과 함께 우리나라 외교의 초석을 놓고, 대한민국 외교를 이끌어 위기관리 정부에서 통치 리더십을 발취했던 정치가로서의 업적을 살펴야 한다. 청렴한 지도자,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했던 청백리 표상이 된 최 대통령의 생애를 후세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 대통령의 생애가 우리나라 공직자와 지도자의 실천모델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게 선양사업의 핵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념사업 활성화로 시민의 하나되는 모습과 문화도시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위민정신이 투철한 공직자로서 검소한 생활을 실천했고, 소시민 정신을 구현한 대통령을 미래지향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삼을 수 있다.

◇최규하 대통령 생가. 원래 생가 자리에는 원주시역사박물관이 들어섰고, 박물관 바로 옆 부지에 생가와 같은 건물을 복원한 것이다. 원래 초가집 형태이지만, 관리상의 이유로 기와집으로 건립됐다. 원주=허남윤기자

■'통합의 정신' 구현해야=경북 구미와 전남 목포에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기념하는 공간이 세워진 것은 '통합의 정신'이 배경이 된다. 영남과 호남. 마치 물과 기름처럼 정치적 기반을 달리할 정도로 지역색이 뚜렷한 지역이 통합을 논하기 시작하면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대구·경북(TK) 지역, 민주당의 전남 지역 의원은 2013년 12월2일 국회에서 '민주당·새누리당의 뿌리지역 전남·경북 국회의원 화합모임'이라는 명칭이 붙은 조찬 모임을 가졌다. 이철우 새누리당 경북도당위원장과 이윤석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 등 국회의원 16명이 참여했고, 양 지역을 대표하는 김대중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상호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이듬해 열린 '2014 동서화합포럼'을 통해 두 대통령을 상징하는 역사자료관 건립 등을 합의했다. 진영의 논리를 극복한 거사로 기억된다.

박 대통령 서거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최규하 대통령 역시 '통합'을 취임 일성으로 전했다. 최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등 숱한 과제가 남아있지만, 통합의 정신을 일깨우는 공간으로의 가치를 드높이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는게 (재)최규하대통령기념사업회 측의 설명이다.

◇원주시 역사박물관 현석실에 전시돼 있는 최규하 대통령의 월급 봉투. 각종 세금을 공제한 72만9,2295원이 지급된 것을 증명한다. <원주시역사박물관>

■대통령 선양사업에 나선 자치단체의 노력=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에서는 하나같이 대통령 선양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는 대통령의 흔적을 가장 많이 보유한 채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정치적 기반인 대구도 박 대통령 동상 건립에 나서는 등 '조국 근대화의 선구자'를 기리는 행보에 나섰다.

김대중 대통령 고향 목포시 역시 대통령을 기리는 공간 조성과 함께 민주화 기억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또 다른 지역 출신 대통령인 노태우 대통령 생가를 복원하는데 예산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

경남 거제에서는 김영삼 대통령 생가와 대통령기록관이 건립돼 그의 삶의 정치적 행적을 전하고 있다.

신군부 핵심으로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대통령도 선양사업 대상이다. 경남 합천은 전두환 대통령을 기억하기 위한 일해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이름을 바꾸자는 반대여론이 드센 상황이지만, 여전히 그 명칭이 유지되고 있다.

충남 아산에서는 윤보선 대통령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생가는 1984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지금도 잘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사업도 서울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통령 선양사업에 나선 자치단체에서는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해석에 있어서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도 있다. 다만 시민 통합과 자긍심을 높이는 점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대통령의 공과에 함몰되기 보다는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또 최규하 대통령이 몸소 실천한 청렴, 검소한 삶 등 그 정신을 전하는 매개체 역할로도 기대할 수 있다.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경북 구미=허남윤기자

■사회적 합의 시도해야='대통령 선양사업'의 방향은 시민의 관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구심체로서 여론화가 선행돼야 한다.

원주시역사박물관의 원래 목적은 최규하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박물관 건립으로 방향이 틀어졌고, 현재의 모습으로 세워졌다.

최 대통령의 업적을 기억하자는 사람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충돌에서 사회적 함의를 담으려는 노력이 없었기에 오랜 세월 제자리 걸음을 이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론수렴 과정은 치밀하지 못했고, 시민의 마음을 하나로 엮는데 실패했다.

친일 부역자 논란도 제기됐지만, 뚜렷한 행적이 없어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일단락됐다.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당시 참여자치시민센터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던 김진희 한지문화재단 이사장은 "여전히 최규하 대통령을 기리는 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견고하다. 이 논의에 있어서 여전히 (최 대통령 기념사업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빠진 상태"라며 "지역사회의 여론을 파악하고, 그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미진하다. 합의 과정을 마련하는데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조 (재)최규하대통령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최규하 대통령 기념사업은 그의 행적에서 시대적인 과오를 외면하고 칭송하는 분위를 조성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강원 유일의 대통령으로서 그가 가진 고뇌와 나라사랑 정신 만큼은 이어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있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무조건 반대가 아닌, 서로의 입장을 살피고 통합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남 목포에 있는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전남 목포=김인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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