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으로 강력한 지지를 얻으며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임기가 오는 20일부터 시작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 안보,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기후환경, 관세, 방위비분담금 등 트럼프 행정부가 몰고 올 파고는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트럼프 1기 정부때부터 강조해오던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현재 주한미군에 우리나라가 지출하는 분담금은 2023년 기준 GDP 2.57%인 1조 2,896억원이고, 2024년 10월에는 1조 5,000억원 정도로 책정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나토 우방국에 요구하는 국방비 GDP기준 3% 정도를 지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방위비 지출이 GDP의 3.3%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 요구하는 GDP 3%를 맞추려면 최소 10조원 이상을 추가로 내야 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경제협력에 있어서는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개정 요구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관세를 10~20% 부과하면 우리나라로서는 대미수출에 있어 약 241달러(31조원)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국제경제정책연구원이 분석했다.
미국의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적인 관세정책은 전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수출 감소로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0.29~0.67%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트럼프는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는 정책도 재추진할 것으로 보여 미·중 갈등이 길어진다면 미국의 공급망 블록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소비와 투자가 최대 1.37%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반도체, 철강 같은 주력상품의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나아가 수출에 차질을 빚을게 불보듯 뻔하다. 철강업계 또한 관세폭탄 우려와 중국의 저가제품 공세의 위기속에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려면 경제적, 외교적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할뿐더러 유연한 통상전략도 필요하다. 여기에 핵심 산업의 경쟁력 재고와 아세안, 유럽, 중동 등 신흥시장의 공급망 다변화와 제3국 수출시장 개척과 내수판매 확대 등 민간협력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이 제품 생산과 공급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제조기반을 국내로 옮기는 것과 여러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을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반면, 조선업은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여 미국 제조업에 저렴한 에너지 사용 기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국 중심의 LNG, LPG 수요가 수출증가로 기대되어지는 만큼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본다.
에너지분야는 원전이나, 화석연료 등 미국 내 에너지 생산 확대로 수출을 확대하고자 할뿐더러 파리기후협약에서 재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화석연료에 집착하는 이유는 값싼 전력으로 리쇼어링을 유도해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와 에너지패권을 쥐고 중국과 맞서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는 기업 활동에서 세가지 요소에 해당하는 경영방식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서 환경 규제를 완화하자는 입장이다. 미국내 ESG 규제가 더 느슨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는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미국산 에너지를 확보해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경제 유연성도 갖춰 한미간 무역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둬야 한다.
그리고 우리기업들은 국제무대에서 특히 유럽이나 일본등 ESG규제가 엄격한 시장을 고려해 글로벌 ESG 기준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경영방침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주요수출국에서 한국제품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게 탄소중립목표를 설정하고 내부적으로는 환경적 책임을 다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ESG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을 맞춰야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농산물분야에서는 미국의 FTA(자유무역협정)개정, 재협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통상정책 강화로 현재보다 더 높은 시장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잘 대비해야 한다. 특히 품질 차별화를 통한 기술 혁신과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농산물 수출 다변화 방안도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이 우리에게는 위기일 수 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자외교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새로운 세계의 질서에 발맞춰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