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경북 의성에서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산불이 북동부 5개 시·군을 덮쳐 천문학적인 피해를 낸 가운데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0일 26명의 사망자를 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A(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께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일대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과학수사계는 29일 산불 발화현장 보존 조치를 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산림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과 일정을 조율해 이르면 내주 중 합동 감식을 실시할 방침이다.
최초 발화 당시 A씨 딸은 119상황실에 "불이 나서 (증조부의) 산소가 다 타고 있다"라며 "저희 아빠랑 왔다"라고 신고를 했다.
현장에는 A씨 아내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딸은 출동한 안평파출소장에게 기초 사실 조사를 받으며 "(봉분에 있는) 나무를 꺾다가 안 되어서 라이터로 태우려다가 바람에 불씨가 나서 산불이 났다"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초 사실 조사를 모두 마친 뒤에 피의자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경북 북동권역인 안동, 청송, 영양, 영덕에까지 번져 26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59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한편, 산불이 발화한 22일 의성에는 안평면 괴산리 외에도 안계면 용기리와 금성면 청로리에서도 산불이 발화했다는 각각 다른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당시 산림 당국은 두 산불이 안평명 괴산리 산불과는 별개 산불이라고 언론에 알려 수사기관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계면 용기리 산불 신고 시각은 22일 오후 2시 46분이며, 이 불은 상주영덕고속도로 상주방면으로 번졌다.
금성면 청로리 산불은 22일 오후 1시 57분에 접수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산불 피해가 극심한 경북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5개 시·군에서만 사망 26명, 중상 4명, 경상 29명 등 59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경남은 산청·하동에서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5명 등 1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울산 울주에서는 2명이 경상을 입었다.
따라서 산불 사태로 인한 총 사망자는 30명, 중상 9명, 경상 36명 등 모두 75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산불로 인한 피해 영향 구역은 4만8천238㏊다. 서울 여의도(290㏊)의 166배 달하는 규모다.
지역별로는 의성이 1만2천821㏊로 피해 면적이 가장 넓었고 안동 9천896㏊, 청송 9천320㏊, 영덕 8천50㏊, 영양 5천70㏊, 산청·하동 1천858㏊ 등이었다.
전날 기준 주택 피해는 3천285채로 집계됐으며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에 생활하는 이재민이 4천700여명에 이른다.
이번 산불로 모두 3만4천746명이 대피했다가 2만9천969명이 귀가했다.
경북 산불의 주불은 지난 28일 오후 진화됐으나 산불영향 구역이 워낙 광범위해 잔불 정리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
산림 당국은 전날 새벽 안동과 의성 곳곳에서 불길과 연기가 확산해 헬기 20여대와 인력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삶의 터전인 마을이 폐허로 변해 피해지역 주민들의 일상 복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재민 등 주민들은 초토화된 마을과 불에 완전히 타거나 곳곳이 검게 그을린 집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행정당국은 30일에도 체육관과 경로당, 마을회관 등에서 단체로 생활하며 불편을 겪는 이재민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민들이 필요한 물품 등을 조사해 신속히 제공 의료지원과 심리 상담을 강화한다.
앞으로 대학병원 등과 협력해 대피시설에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며 고령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불에 탄 집과 시설물은 피해 현장 조사가 끝나면 철거 등 수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장비 확보와 폐기물 처리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재민 대부분이 고령자들이어서 이분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연수원, 호텔 등에서 임시로 거주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듈형 주택 26동을 안동, 영덕, 청송 등에 설치 중이나 대피시설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임시주거시설 확보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