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역대 최악의 산불로 큰 피해를 겪은 경북 산불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주민 대피를 도운 외국인 선원 수기안토(31) 씨 등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장기 거주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한경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산불 때 대피에 어려움을 겪던 할머니 등을 도운 인도네시아 국적의 세 분에게 특별기여자 체류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며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이웃의 생명을 구한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번에 특별기여자 체류자격을 얻게 된 인도네시아인 중 한 명인 수기안토 씨는 지난달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영덕군 해안마을까지 확산되자 마을이장, 어촌계장 등과 함께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을 다수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안마을에는 저녁 늦은시간에 불길이 번지며 고령의 주민들은 대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기안토씨는 주민 여러 명을 업고 나오는 등 300m 떨어진 마을 앞 방파제까지 대피를 도왔다.
이 차장은 이어 "장마철이 오기 전까지 산불 피해지역의 산사태와 비탈면 붕괴 등 토사재해에 대비한 2차 피해예방 대책을 차질 없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산림청은 오는 12일 산사태 우려 지역 긴급 진단을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6월 말까지 방수포 설치 등 응급 복구를 추진한다.
행안부는 국토교통부, 산림청, 지자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계부처 합동 토사재해 최소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산불 대피에 취약한 노인요양시설 입소자 상태를 고려해 우선 대피 대상자를 선정하고, 입소자별 전원 가능한 시설과 이동 수단을 미리 확보해 신속하게 전원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소방청은 대형산불로 피해를 본 이재민의 안전을 위해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화재 안전 점검'에 나선다.
이번 점검은 1천921세대·3천268명이 머무는 경북지역 대피소 등 임시주거시설 105곳을 대상으로 11일까지 진행된다.
소방청은 임시주거시설에 마련된 소화기나 단독 경보형 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확인하고, 화재 안전 점검을 벌인다.
이재민을 위한 화재안전 예방교육과 관계자 대상 화재 안전 컨설팅을 진행하고, 화재 예방 순찰도 강화한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임시 대피 중인 이재민은 3천193명이다. 이 가운데 2천462명이 임시숙박시설로 거처를 옮겼다.
이재민에게 지급된 응급구호세트, 모포, 생필품 및 식음료 등 구호 물품은 100만점에 육박했다. 심리지원은 8천542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재해구호협회 등을 통해 모인 국민 성금은 지난 4일 기준 925억1천만원이다.
지난달 27일부터 가동 중인 중앙합동지원센터에 접수된 이재민 지원은 모두 1천723건으로, 이 중 '시설·주거 복구'(484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이재민 구호, 영농, 융자·보험·법률 순이었다. 방송·통신 및 상·하수도 시설에 대한 복구는 완료됐고, 전력 장애 복구율도 99.9%에 달했다.

한편, 경북과 경남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약 4만8천ha(헥타르)에 이르는 산림 피해와 75명의 사상자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중대본에 따르면 사망자는 30명, 중상 9명, 경상 36명 등 모두 75명이 산불 사태로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산불 피해가 극심한 경북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5개 시·군에서 사망 26명, 중상 4명, 경상 29명 등 59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경남은 산청·하동에서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5명 등 1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울산 울주에서는 2명이 경상을 입었다.
산불로 인한 피해 영향 구역은 4만8천238㏊로 서울 여의도(290㏊)의 166배 달하는 규모다.
의성이 1만2천821㏊로 가장 피해 면적이 넓었고 안동 9천896㏊, 청송 9천320㏊, 영덕 8천50㏊, 영양 5천70㏊, 산청·하동 1천858㏊ 등이었다.
주택 피해는 3천285채로 집계됐으며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에 생활하는 이재민이 3천193명에 이른다.
이번 산불로 국가유산 피해 30건, 농업시설 2천여건 등 시설 피해도 컸다
정부는 이재민 안정과 조속한 일상 복귀를 위해 공공기관 연수원과 민간 숙박시설을 임시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생업과 가까운 지역에 임시조립주택을 설치한다. 피해가 확인된 이재민에게는 지자체를 통해 긴급생활 안정지원금을 신속히 지원하고, 심리 및 의료 지원도 병행한다.
이번 산불사태가 발생한 뒤로 전날인 29일까지 약 1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피해 수습과 이재민 지원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