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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언대]기후변화에 대응할 농업발전 전략을

최종원 강릉시이·통장연합회장

한국인 하면 가장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게 바로 김치이다. 그리고 이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인 ‘김장’은 2013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인의 음식이 되었다. ‘김치’가 아니라 김치를 만드는 문화인 ‘김장’으로 등재되었다. 김장 문화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가 또 있는데, 장 담그기이다. 장 담그기는 콩을 사용해 만든 간장, 고추장, 된장 등의 식품을 넘어 재료를 준비해 장을 만들고 발효시키는 전반적인 과정을 포괄한다.

처음부터 분리해 만드는 일본과 중국의 장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장은 같은 항아리에서 시작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각자 자기 항아리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메주로 1차 발효를, 장을 담가서 2차 발효를, 장을 띄우는 동안에서 3차 발효까지 거쳐 비로소 우리가 아는 간장과 된장의 품새가 된다. 장 담그기는 사람의 노고와 햇빛, 바람과 같은 자연의 역할, 발효를 돕는 미생물, 오랜 시간이 함께 어우러져 완성되는 걸작인 셈이다. 이런 우리나라의 장 담그기 문화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혜안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이젠 선대가 이루어 놓은 토대 위에 우리세대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농업 작품을 만드는 게 당대의 소명일 것이다. 기후변화는 우리 주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단순히 환경 문제를 초월해 사회, 경제와 더불어 국민의 삶터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일상화되는 이상 징후로 농산물 수급 불안정은 지구촌이 직면한 가장 큰 화두이다. 폭염·폭우·폭설·가뭄 등 이상기후 발생은 빈번해지고 기후변화로 지속적인 고온현상과 농작물 생육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기상청의 24절기별 최근 30년과 과거 30년 평균기온 변화 추세 자료를 살펴보면, 기온 상승으로 과거 30년과 비교해 봄과 여름은 각각 17일, 11일 빨리 찾아왔고, 가을과 겨울은 각각 9일, 5일 늦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기후변화로 봄철에는 과수의 경우 개화기가 빨라지면서 저온 피해 증가, 수정 불량 등의 만성적 피해를 입고 있으며, 여름철에는 착색불량, 병해충 증가 등의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는 필자는 식량안보 주권과 맞물려 기후변화에 대응할 농업발전 전략을 제안해 본다.

우선, 기후변화로 인한 소비자의 물가상승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소비촉진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 농축산물 할인쿠폰과 농식품바우처 같은 취약계층 지원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기후 물가 시대에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계층을 온전하게 지원해야 한다. 둘째, 기후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농업인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친환경농업이나 기후 적응 농법에 대한 정부(지자체) 지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식량주권법을 제정해 쌀, 보리, 밀, 콩, 옥수수 등 식량작물 자급률의 향상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식량주권은 세계적인 곡물 메이저나 수출국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인 결정권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미래 농정을 기후변화 대응에 중점을 두고 농업경영 안정과 식량안보, 유통 효율화와 생산성 제고 등을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점차 온대 기후대에서 아열대 기후대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농업의 미래는 기후변화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도전과 응전이 없다면 결과물 역시 빈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업의 발전 없이 중진국은 될 수 있지만, 선진국은 될 수 없다.”고 했다. 기존의 농정 사고방식과 정책 틀에서 벗어나, 상시적 기후 위기를 상정해 두고 농정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나가야 한다. 농업은 우리나라의 뿌리 산업이자 얼개가 되는 만큼,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아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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